Rhododendron

초라하구나.

아직 어린 해즐링 시절, 로도덴드론이 처음 아버지에게 들은 말이었다. 장밋빛 어머니는 파란 안색으로 자신을 뒤로 숨겼지만, 아버지의 세 번째 여자는 야살스러운 목소리는 피할 수 없었다.

-여자아이라면 좋겠지만, 남자아이는 저래가지고 글렀네요. 로즈색이라니! 여자에게 살랑거리는 게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요.

태어남은 알. 라이트징 둥지에서, 몇 개의 알 속에 남자는 저 하나.

용들의 세계에서는 낭설이 있다.
색이 짙을수록 사내답다.
로도덴드론은 장밋빛. 어머니를 빼닮은 남자 아이. 강하지 못한 남자가 살아가는 건 힘든 세상이었다.
아버지는 로도덴드론에게 고개를 돌리며 즉시 누군가에게 팔아버렸다.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버틸 수가 없었다. 그는 빛의 장막에 감싸여서 어디론가 이동했고, 눈을 뜨니 이미 저렴하게 내쳐진 뒤였다.

살아야 해.

비록 장미색이었지만, 그에게는 강함의 유전자 스파인이 있었다. 초원에 버려진 뒤, 그는 가시로 몬스터를 휘감고, 꼬리로 상대를 패대기쳤다. 괴물을 잡았다. 열매를 찾았다. 물을 발견하고, 불을 피웠다.

그렇게 가죽과 고기로 버티던 그 시절.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보석을 팔다가 한 일행을 만났다. 전투 스톤으로 무장한 그들은, 말린 고기를 파는 로도덴드론에게 말했다.

우리는 ‘트레져 헌터’야. 골렘 유적을 조사하고 있어.

로도덴드론이 유적탐사의 꿈을 지니게 된 것은 그때였다. 그는 자잘한 유적을 조사하고 보물을 파는 일을 시작했다. 각종 고문서와 보석들. 고대 신전에서 나온 어패럴들을 팔 때마다, 그는 부유해지며 강해졌다.
비록 유적을 탐험하다 화살 비에 맞아 눈가에 상처를 생겼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여자만 가진 장밋빛 몸이 사내다워진 것이 좋을 뿐이었다.

그렇게 흘러간 어느 날, 그는 유적 속에 잠긴 평범한 상자를 열었다. 보석 몇 개, 장신구 하나. 별거 아닌 잡템들을 자루에 넣을 때, 하얀 단지를 발견했다.

이것이 뭘까.

반쯤 충동으로 마개를 열었을 때, 눈부신 빛이 그를 감쌌다. 눈을 뜨자, 그의 앞에는 어린 해즐링 하나가 있었다.
장밋빛 임페리얼. 여자아이라면 귀한 색이다. 물기 젖은 아이는 뀨-하며 울었다. 그는 멍하니 있다, 스스로의 생각에 놀라버렸다.

여자라면, 귀한 색.

그토록 혐오했던 그 말을 스스로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