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a

대륙의 끝자락, 마지막 도시보다도 변방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가까이 있는 평화로운 숲. 이름은 평화롭다지만 무엇을 담고 있는지 그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두껌껌한. 그런 숲의 주변으로 넓게 펼쳐져있는 들판에서 소녀와 마주쳤다. 자기 소개는 뒷전이고 그 땅의 모든것이 제 소유라는 당돌한 말에 얼씨구, 하며 풀밭에 그냥 드러누웠지. 이런 모습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얼음빛의 치마를 펄럭이며 옆에 와서는 뒤따라 풀썩 앉았어. 어쩌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나요? 뭐라 답할지 고민하다 결국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 나라에서 이 숲에 있는 괴수를 잡아오라고 하셨단다. 소녀는 깔깔 웃더니 얼마 지나지않아 벌떡 일어났어. 손을 내밀어 일어나기 쉽게 도와주었지. 내가 도와줄까요? 어쩐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슬퍼보이는 얼굴을 하고는 숲으로 이끌었어.

소녀를 따라서 숲 속의 졸졸 흐르는 맑고 작은 시냇가에도, 소녀의 친구인 것 같은 생명체가 사는 바위틈에도, 앉아있으면 잔잔하게 새들이 노래하는 나무 밑도 가봤지만 그 어느곳에도 괴수는 있을것 같지 않았다. 그냥 여기 눌러 앉아버릴까, 하는 혼잣말에 어느새 가까이 와서 여기서 같이 살자며 헤헤 웃어버려. 아마 더이상 말로 표현하기는 싫었던건지 조용히 나를 쳐다봤지.

하루쯤은 쉬어가도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