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ryMochi

푸른수염의 성은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성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은빛을 띄지만 성을 비추는 빛은 달빛 뿐이라 어두운 복도에는 그림자가 가득합니다.
성은 신부들의 12개의 방과, 푸른수염의 방, 몇 가지의 빈 방과 정원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복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길고 길어요.
정원도 있으며 정원은 공중정원식. 복도의 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은 없습니다.

푸른 수염의 성은 '행복을 원하는 마음'으로 유지됩니다. 신부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현실도피, 그렇기 때문에 성은 그들에게 행복한 환상을 보여주지요. '의식'만이 흘러온 그들은 원래의 이름을 빼앗기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습니다. 주로 그것은, 달콤한 디저트나 음식 이름인 경우가 많아요.
종종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서 스스로 파멸해버리는 신부들도 많습니다. 부서진 신부는 오랫동안 머물러버린 환상이 부서진것에 못이겨 자살하곤 하지요. 그것은 현실에서의 죽음이라는 의미보다는 정신적인 파멸을 의미해요.

본명은 (누군가에 의해 기록이 지워져있다)
*
젬본의 유전자를 가진 자는 전체적으로 일정한 젬본이 몸을 덮고있지만,
상처가 나면 그곳에서 젬본이 자라나 상처를 덮는다.
이윽고 상처가 아물면 그 보석은 떨어진다. 이 보석은 매우 값비싸게 취급된다.
그렇다보니 인간들은 이 보석을 갈구했고, 젬본의 용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죽였다.
그러나 어느순간 생각난 것이, 그들의 상처에서 젬본이 솟아나오는 것이라면,
그들을 사냥해서 얻는것보다 가두어두고, 그것을 얻어내는 것이 더 이득이 아닐까.
그뒤 잡아가두어지는 용들의 수가 늘어난다. 마치 가축을 기르는양
그들은 좁디좁은 감옥속에 가두어져 상처입고, 상처가 다 나아가기도 전에 보석을 뜯긴다.
아물지 못한 상처는 다시 보석을 만들어내고, 보석은 채 떨어져나가기도 전에
다시 인간들의 손에 의해 잡아 뜯겨짐을 반복하게되는것이다.
그 반복의 굴레속에서, 미쳐가는 용들도 분명히 존재하였다
*
그녀 또한 잡혀버린 용 중 하나이다.
작은 해츨링때부터 잡혀온 그녀는, 반짝이는 붉은 몸체에 서리처럼 하얀 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빛깔은 매우 영롱하여, 사람들은 그녀의 젬을 원했고 그만큼 많은 상처를 입어왔다
상처에서는 피가 흐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하얀 것은 이윽고 결정체를 이루어 상처를 덮는다.
그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러웠고, 그 시간은 영원히 반복될것만 같았다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없었다. 간수들이 무서워서 사람들이 무서워서, 바깥에 들리는 동료들의 비명이 무서워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발목을 조여오는 족쇠가 차갑다. 달빛은 아주 밝다. 창틀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아주 예쁘다.
반짝이는 그것이, 자신의 보석보다도 더 밝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발걸음이 들린다. 오늘은 자신의 차례다. 낫지않은 상처의 쓰라림이 비명을 지른다.
싫어. 아프고싶지 않아. 싫어. 그러나 무심하게 문은 열렸다
*
달님, 달님은 저를 구해줄 수 없나요?
이런 가여운 아이구나, 그 예쁜 하얀 몸이 피투성이라니.
어디선가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나와함께가지않으련?
목소리가 속삭인다. 네, 달님. 당신과 함께할래요.
당신은 나를 상처입히지 않을 것이죠? 물론이란다. 얘야. 나는 너를 상처입히지 않는단다.
*
그녀의 방은 6월. 봄이 끝나가고 싱그러운 푸르름의 내음이 나는 생명의 6월.
그녀의 환상은 더이상 아프지않은 세상. 그 아픔은 육체적인 아픔.
이미 정신이 미쳤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것같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미친걸모른다
다쳐도 넘어져도 아프지 않다. 그 상처에서는 피가 아니라 딸기쨈이 흐른다. 맛있다.
*
사실상 모든것은 꿈. 작은 창만이 존재하는 감옥에서, 어떻게 순식간에 빠져나올 수 있을까?
모든것은 미쳐버린 소녀의 환각. 그것이 바로 푸른수염의 성의 비밀.
사실상 소녀의 몸은 지금도 차가운 돌바닥에 널프러져 있으며 그 몸이
두번다시 움직일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죽진 않은 상태.
"죽기 일보직전이라고 해도 어떻게든 살려내지 않을까요
간악한 인간들이 그녀를 포기할 것 같진 않으니까요.
물론, 그녀의 정신까지 고쳐낼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인간들에게 필요한건
온전한 정신의 그녀따위가 아닌 그녀의 몸이잖아요?"
*
첫번째 신부의 몰락, 그 붕괴는 자학.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의구심이 생기게 되면, 스스로 살아있음을 의심하게된다.
그리고 그것은 죽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던 그녀에게 붕괴의 시발점이 된다
칼을 찔러도 아프지 않다. 뼈가 부러져도 아프지않다. 흐르는 것은 딸기쨈이고 속은 딸기로 가득찼다.
딸기로 가득채워졌다니 자신은 살아있는게 맞을까.
아무리 딸기쨈을 흘러내도 죽지 않는다. 주변은 썩어문드러진 딸기냄새가 진동한다.
난도질한 몸을 이끌고 성에서 뛰어내린다. 밝은 달님이 그걸 지켜본다

(정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