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Qiao

(#48063822)
Level 1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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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iar

Swamphaunt Kel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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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50/50
This dragon’s natural inborn element is Plague.
Male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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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Style

Apparel

Ebony Antlers
Scarlet Sylvan Headpiece
Bloodstone Roundhorn
Bewitching Ruby Forejewels
Bewitching Ruby Ghastcrown
Bewitching Ruby Pendants
Furious Claws
Bewitching Ruby Grasp
Ember Sylvan Lattice
Katana
Bewitching Ruby Clawrings
Scarlet Sylvan Anklets
Bewitching Ruby Taildecor
Scarlet Sylvan Twist

Skin

Accent: Misty rose_M

Scene

Scene: Strange Chests

Measurements

Length
20.57 m
Wingspan
21.45 m
Weight
8362.12 kg

Genetics

Primary Gene
Maroon
Starmap
Maroon
Starmap
Secondary Gene
Spruce
Bee
Spruce
Bee
Tertiary Gene
Tomato
Smoke
Tomato
Smoke

Hatchday

Hatchday
Dec 28, 2018
(5 years)

Breed

Breed
Adult
Guardian

Eye Type

Eye Type
Plague
Uncommon
Level 1 Guardian
EXP: 0 / 245
Scratch
Shred
STR
7
AGI
6
DEF
7
QCK
6
INT
6
VIT
6
MND
7

Lineage

Parents

  • none

Offspring

  • none

B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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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俏│M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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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Song ·Theme Song ·Theme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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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nogsix

00
모두 듣거라.

천지의 역병같이 악을 일삼는 자들아
제 가족에게. 형제에게. 이웃에게 죄를 지은 자들아
내가 너희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검은 발톱이 살을 도려내고, 피로 얼룩진 투박한 손아귀에서 뽑혀나간 머리카락들을 따라 벗겨진 가죽이 지독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본래의 옷이 검붉은 색이었던가. 아니면 타인의 색을 빼앗아버렸는가.

그림자에서 나오는 저것들은 목숨을 앗아가는 복수의 손길이다.
저것을 좀 보아라. 꽃이 피었다.

참 더러운 색이구나.

검은 까마귀의 날개가 뜨거운 바람에 제 깃을 흩날리며 날갯짓하면, 그사이로 서늘하게 비치는 섬뜩하리만치 하얀 빛이 목숨을 거두어간다.

01
그해. 춘풍은 상서롭지 못한 소식을 싣고 불어왔다.
그날 너는 무진히 울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담벼락 너머로 길게 뻗은 복사꽃 가지가 네 얼굴 위에 꽃그늘을 드리웠었지. 네가 울면 속이 타는 듯해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그날은 어여뻐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언젠가는 너를 잊을 날이 올까. 바라건대, 그날이 죽음보다 일찍 오지는 아니했으면 좋겠다.

“그만 좀 빽빽 거려, 이 망할 계집애야!”
리 치아오는 목수의 아들답게 일곱 살 어린 나이에도 이미 입이 걸었다. 역정을 내는 소년의 뺨에 오물과 지푸라기가 덕지덕지 꾀죄죄하게 묻어 있었다. 마구간 입구를 서성이던 소녀가 애타게 발을 동당거렸다.
“조금 있으면 저녁밥 때야. 어서 가서 준비를 돕지 않으면 안 된단 말야.”
“알았으니까 좀 닥쳐봐! 찾고 있잖아!”
“그치마안…….”
울어서 발개진 뺨이 보기 안쓰러웠다. 리 치아오는 짜르르하게 딱한 마음이 드는 것을 욕설 몇 마디와 함께 주워 삼키고 다시 마구간 바닥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소녀는 현령 나리 댁 유모의 딸이었다. 리 치아오가 소녀를 안 지는 며칠 되지 않았다. 현령 나리께서 그의 아버지에게 전각을 새로 의뢰하여, 아버지를 따라 드나들면서 먼발치로 몇 번 보았을 뿐이다. 꽃빵을 베어 문 듯 뺨이 통통한 소녀였다. 소녀는 저보다도 어린 아기씨를 곧잘 데리고 놀며 무어가 그리 재미난지 깔깔 웃어대곤 했다. 꼭 새새끼 우짖는 소리 같네. 리 치아오는 그리 생각했을 따름이었다.
이야기 해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새참 심부름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에 마구간 앞에서 울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엉엉 우는 모양새가 하도 서러워보였던 터라 무슨 일이냐 말을 걸었다. 사정인즉 이러했다. 소녀는 오늘 아침 새 옷을 받고 신이 난 김에 어머니의 옥가락지도 몰래 끼어보며 놀다가, 엊그제 태어난 망아지를 구경하러 왔더란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분명 엄지손가락에 끼고 있던 가락지가 보이지 않았단다. 마구간에서 잃어버린 것이 분명한데, 마구간이 아침나절과 달리 말똥으로 더러워서 도무지 새 옷을 더럽힐 엄두가 나지 않아 그렇게 울고 있었다고.
당연하지 이 멍청아. 말들은 원래 시도 때도 없이 똥을 싸. 마구간지기가 뭐 빠지게 일해도 종일 똥만 치울 수는 없으니까 더럽기 마련이라고. 애초에 맞지도 않는 가락지를 왜 끼고 돌아다닌 거야?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리 치아오의 타박에 소녀는 와아앙 울음소리를 높였다. 그에 당황한 리 치아오는 얼떨결에 소리쳤다. 울지 마! 내가 찾아주면 될 거 아냐! 그리하여 말똥과 지푸라기를 헤집으며 옥가락지를 찾는 작금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염병,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 목수들에게 배운 온갖 욕설이 일곱 살 소년의 입안을 돌아다니던 순간, 문득 손끝에 뭔가가 걸렸다. 지푸라기 사이로 말간 옥색이 반짝였다.
“찾았다!”
리 치아오의 손이 번쩍 들리자 소녀가 환호성을 질렀다. 반갑게 달려들려는 소녀를 리 치아오가 손을 휘저어 말렸다. 야! 너 옷 조져! 똥 묻는다고! 그 말에 멈춰선 소녀가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와 박혔다.
그날 리 치아오는 어머니에게 엉덩이를 두들겨 맞으며 호되게 혼이 났고, 피부에 울긋불긋하게 독이 올라 꼬박 일주일을 고생했다. 그렇지만 딱히 손해 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현령 댁에 드나드는 동안 소녀는 개암이며 꽃전 따위의 주전부리를 부지런히 챙겨주었고, 리 치아오의 아버지가 소녀와 아기씨에게 작은 인형 집을 지어주었다. 리 치아오는 그렇게 현령 댁 유모의 딸과 친구가 되었다.

“넌 허구한 날 질질 짜는 게 일이냐? 또 무슨 일인데.”
열여섯 된 리 치아오는 또래보다 키가 한 뼘이나 크고 몸이 다부졌다. 반면 열다섯 된 소녀는 또래보다 반 뼘이 작아서, 둘은 나란히 서면 서너 살 터울이 있어보였다. 소녀는 꽃빵 같은 뺨에 눈물을 죽죽 흘리며 고개만 살래살래 저었다. 말하기 싫어. 목이 붓도록 울었는지 꽉 멘 소리였다. 리 치아오는 울화가 치밀고 속이 타는 것을 느꼈다. 울보 소꿉친구에게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그는 좀처럼 그러질 못했다. 언제부턴가 소녀가 울면 누가 가슴 속을 할퀴어대는 기분이었다. 이리저리 구슬려 봐도 소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리 치아오는 결국 발칵 성을 내고 자리를 떴다. 지랄 맞은 계집애. 마음대로 하라지. 아주 글피까지 울고 자빠져있지 그래? 소태를 씹은 듯이 입 안이 썼다. 침을 탁 뱉고 길모퉁이를 돌아서던 리 치아오의 귀에 쑥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
“그랬다니까. 내가 확 깽판을 놔버렸어. 울 엄마 아부지는 현령 댁 유모 정도면 사돈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야, 생각해 봐. 고년 그거 앞뒤로 납작한데 손에 쥐면 한줌이나 되겠냐? 됐다고 해.”
사내자식들 숨넘어가게 웃는 소리가 와르르 요란했다. 가운데 선 놈이 신이 나서 목청을 돋웠다.
“내가 그 계집애한테도 딱 이랬지. 야, 양심이 있으면 너네 아가씨 면경이나 좀 훔쳐보고 오라고. 생긴 모양이 밋밋하면 좀 실하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너랑 살면 대체 무슨 낙이겠냐고! 그랬더니 그 년이 뚝뚝 울면서으악!!”
개새끼는 마저 짖지 못했다. 리 치아오가 놈의 아구창을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리 치아오는 번개처럼 놈을 깔고 앉아 무자비하게 주먹을 후려쳤다. 깔린 놈이 사지를 버둥거렸지만 떨쳐내기에 역부족이었다. 기겁한 소년들이 리 치아오를 떼어내려 해도 그는 악착 같이 버텼다. 겨우 떼어내는가 싶으면 발길질을 해대다가 이내 뿌리치고 다시 올라타서 죽사발을 만들었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장정 서넛이 달라붙고서야 겨우 말릴 수가 있었다.
소문은 파다하게 퍼졌다. 어머니는 또다시 리 치아오를 호되게 혼냈지만 그날 저녁 밥상에는 고기반찬이 올라왔다. 아버지는 일주일 넘도록 어딜 가나 네 아들놈 제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소녀는 작은 보따리를 싸들고 리 치아오를 찾아왔다. 꽃전이었다.
“내가 직접 만들었어.”
꽃빵 같은 뺨이 터지도록 붉었다. 리 치아오의 얼굴도 같이 시뻘게졌다. 소년소녀의 어머니들이 숨죽여 웃으며 시선을 교환했다. 암묵적인 혼처가 정해진 날이었다.

춘풍이 상서롭지 못한 소식을 싣고 불어왔다. 전쟁이었다. 열다섯 살에서 마흔다섯 살까지 모든 사내는 출정하라는 징집이 떨어졌다. 리 치아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만 좀 울어.”
“어떻게 안 울어! 네가 전쟁 나가는데 안 울면 내가 사람이야?”
제법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말에 그는 헛웃음을 쳤다. 뭐가 웃겨! 소녀는 엉엉 울면서 리 치아오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렸다. 솜방망이 주먹이었지만 아픈 척하며 몸을 굽히자 엉엉 우는 와중에도 때린 자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리 치아오는 그 결에 또 웃고 말았다. 목수일로 굳은살이 박이고 자잘하게 흉터 진 손이 제 가슴팍에 얹힌 자그마한 손을 끌어다 쥐었다.
“꼭 돌아올게.”
“그게 네 마음대로 될 일이면……!”
리 치아오는 눈물로 아롱진 뺨을 다정히 닦아주었다. 열여덟 살이 된 소년은 더 이상 소녀가 울적에 쩔쩔매며 마음에 없는 험한 말을 해대지 않았다. 담벼락 너머로 길게 뻗은 복사꽃 가지가 소녀의 위로 꽃그늘을 드리웠다. 소녀의 뺨에 떨어진 꽃잎 한 장을 떼어주며 말했다.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내가 돌아오면…….
“혼인하자.”
소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촘촘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리 치아오가 짐짓 엄하게 덧붙였다.
“딴 데 시집가고 없으면 안 된다, 너.”
연분홍 입술이 꼭 다물리고 맑은 눈에 소년이 가득 찬다. 소녀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끝도 없이 울었다. 리 치아오는 웃으며 소녀를 끌어안았다. 알고 지낸 이후로, 소녀가 우는데 웃음이 나왔던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해가 두 번 바뀌는 사이 승리는 나날이 요원해졌다. 말단 보병에 이르기까지 그 사실을 모르는 자가 없는데도 나라님들은 좀체 포기할 줄을 몰랐다. 리 치아오는 살아남았다. 때로는 시체더미에 몸을 숨기고 때로는 전우를 버려가며 어떻게든 하루를 더 살았다. 기개 있던 눈빛은 까맣게 불이 꺼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한 점의 빛이 남아 있었다. 복사꽃잎이 날리던 날. 눈물 아롱진 얼굴……. 그는 살아야할 이유를 잊어본 적 없었다.
전황은 아무도 예상 못한 순간에 급변했다. 어느 날 적진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다. 비명이 아우성치는가 싶더니 진지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아군에서 정찰병을 파견했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함정인가, 절호의 기회인가. 당황한 수뇌부들이 밤새 회의를 거듭하는 동안 병사들도 잠을 설쳤다. 리 치아오는 뒤척거리다가 옆자리 병사가 슬그머니 일어나는 기척을 느꼈다. 그런데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자다가 소변보러 가는 놈이 갑옷을 모두 걸치고 검까지 들고 갈 리가 없었다.
“이봐, 지금 뭐하는 거야.”
리 치아오가 어깨를 붙들자 놈이 거칠게 뿌리쳤다. 선잠에 들었던 병사들이 금방 깨어났다. 리 치아오를 뿌리친 병사는 검을 빼들고 미친놈처럼 두리번거렸다.
“미쳤어? 뭐하는 짓이야. 칼 안 집어넣어?”
“도망쳐야 해, 살고 싶으면 도망쳐야 한다고. 네놈들은 저게 뭔지 모르잖아……. 난 봤어, 봤다고. 서역에서 본 적이 있어…….”
놈은 검을 쥔 손을 덜덜 떨어대며 흐느꼈다. 흡사 광인 같은 몰골이었다.
“여기 있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해……. 다 뼈도 못 추리고 사라져버린다고. 난 갈 거야.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발작적으로 외치고서 병사는 천막을 뛰쳐나갔다. 남은 이들은 잠시 정적 속에 있었다. 누군가 문득 꿈에서 깬 듯이 정적을 깼다. 한 명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모두가 서둘러 갑옷을 입고 신을 고쳐 신었다. 여남은 명의 병사들이 하나둘 천막을 뛰쳐나갔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헐떡이는 숨소리와 풀숲을 헤치고 뛰는 소리가 부산했다. 리 치아오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 뛰었다. 심장소리가 귓전까지 울리도록 달렸다. 전쟁이 갓 시작됐을 무렵, 부대의 사령관은 병사들을 모아놓고 우렁우렁하게 말했다. 탈영은 중죄라 즉결처형으로 다스린다. 살아도 전장에서, 죽어도 전장에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은 그를 조금도 붙잡지 못했다.
속박을 떨쳐낸 팔다리가 가벼웠다. 중죄든 무엇이든 좋았다. 그는 그의 소녀에게로 가고 있었다. 복사꽃 그늘 아래 눈물로 아롱졌던 그 뺨. 그를 다시 본다면 분명히 또 울고야 말 그 뺨을 닦아주기 위해서.

그렇게 돌아왔건만.
“하루만 빨리 오지, 이 사람아……. 하루만 빨리 오지…….”
리 치아오는 멀거니 서서 불룩하니 솟은 거적을 내려다봤다. 거적의 솟은 모양이, 꼭 그의 소녀가 눕는다면 저만한 길이가 되겠거니 싶었다. 장모가 될 터였던 여인이 그의 팔을 붙잡고 쥐어뜯으며 울었다. 기진하도록 우는 여인을 다른 어른들이 끌어안고 추슬렀다.
근 두 달을 헤매 돌아온 마을은 이미 마을이 아니었다. 백 년의 세월을 한 번에 맞고 풍화된 듯이, 모든 것들이 시들고 무너진 흔적만이 남았다. 사방에 널린 사람과 가축의 백골이 반 이상 가루가 되어 때때로 흩날렸다. 소녀에게 청혼하였던 담벼락 위로 바짝 시든 복사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없다. 리 치아오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폐허를 온종일 헤집고 다니다가 누구라도 살아남았다면 가까운 도시로 갔으리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다시 몇날 며칠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도시로 갔다. 그곳 또한 아비규환이었다. 각 고읍에서 피난 온 이들이 길에 널려 산지옥을 이루고 있었다. 리 치아오는 제가 아는 모든 이름을 외치며 뛰어다녔다. 부모의 이름, 친우들의 이름, 그리고, 그리고……. 리 치아오는 가장 간절한 이름을 천 번쯤 불렀다. 반나절을 그렇게 미친놈처럼 뛰어다녔더니 누군가가 그를 붙잡고 이끌었다. 피난민들의 틈바구니를 헤치며 걷자 점차 그가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누구 하나 성한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처참한 몰골을 하고서도, 리 치아오와 눈이 마주치면 그를 안타깝게 보았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팔을 뿌리치고 도망치고 싶었다. 이대로 가면 말도 안 되는 거짓을 보게 될 것 같았다. 이럴 리가 없다. 이럴 리가 없는데…….
“아씨를 모시고 도망치다가 말에 밟혔어.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는데…….”
리 치아오는 가만히 거적을 내려다보았다. 거적 아래 누운 이에게서는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새처럼 우짖는 웃음소리, 곧잘 울던 커다란 눈. 속상할 적마다 가슴팍을 치던 자그마한 손. 어느 봄날, 복사꽃 그늘이 드리웠던 꽃빵처럼 흰 뺨이…….
홀린 듯이 거적 끄트머리를 쥐었다. 그대로 거적을 걷으려는 손을 누군가 꽉 쥐어서 막았다. 고개를 들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언젠가 그의 소녀를 모욕했던 말장수의 아들이었다. 일 년 전쯤에 팔 한 쪽을 잃어 집으로 돌려보내졌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났다.
“보지 마라. 리 치아오. 보지 마…….”
녀석에게선 남을 상처주고 즐기던 치기가 모두 빠지고 없었다. 비극을 겪고 철이 들어버린 눈빛이었다. 그의 상실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리 치아오는 물었다.
“뭐였지?”
사내는 앞뒤가 모두 빠진 말을 귀신 같이 알아들었다. 그는 리 치아오의 손목을 놓고 눈물을 흘렸다.
“재앙이었어. 리 치아오. 재앙신이었어. 듣기로는 서역의 역귀라고 했는데……. 그건 별 짓을 하지도 않았어. 그냥 마을을 지나갔을 뿐이야. 그냥 지나갔을 뿐인데……모든 게…….”
침음을 삼킨 사내가 어렵사리 덧붙였다. 어쩌면 너도 봤을 거야, 리 치아오.
“보름 쯤 전에 탈영해서 도망친 적군 한 놈이 마을에 다녀갔었어. 그 재앙신에게 습격을 받아서 도망쳤대. 그땐 다들 실성한 놈이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는데, 헛소리가 아니었어. 아니었던 거야…….”
리 치아오는 눈을 감았다. 귓전을 윙윙 맴도는 말소리들이 차츰 멀어졌다. 그를 부르는 이들을 무시하고 휘청휘청 그 자리를 떠났다. 리 치아오는 갈 곳을 모르고 그저 걸었다. 그의 속박을 끊고 소녀에게로 그를 돌려보낸 존재가, 그의 소녀를 뺏어갔다. 봄날의 약속도 그가 살아야할 이유도 모두 재가 되어 날려가고 말았다.
“아, 이런. 미안합니다.”
넋을 놓고 걷던 리 치아오는 누군가에게 부딪혀 멈추었다. 푸른 눈의 서양인이었다. 그는 제법 능숙하게 이 나라 말을 썼고, 손에 피 묻은 무명이며 약초 따위가 든 바구니를 잔뜩 들고 있었다. 의사인가. 서양인 의사……. 다음 순간 리 치아오는 어떤 사고도 거치지 않고 그저 본능에 따라 서양인을 붙잡았다. 의아하게 돌아보는 서양인에게 물었다.
“재앙신의 이름을 아시오?”
의사의 입이 열렸다. 리 치아오는 그 입모양을 눈에 새길 것처럼 뚫어져라 보았다.

바벨.
평생을 쫓게 될 증오스러운 이름이었다.
Flight Rising @yomnea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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