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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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대체로 자연에서 발생한다. 자연의 기운이 뭉친 것이 알의 형태로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다. 근처에 용이 있다면 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발생한다. 물론 용과 용, 혹은 용과 다른 무언가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종족이 짝일 경우 용으로 태어나거나 짝의 종족과 섞인 모습, 혹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온전히 짝과 같은 종족으로 태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두 경우 모두 혼은 환생을 거치지 않은 새로운 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새 혼이든 전생을 이미 경험한 혼이든 용이 되었어야 할 영혼이 아주 가끔, 다른 종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전생을 경험한 혼인 것으로 보아 아마 길을 잘못 들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하튼 그 경우 같은 종의 다른 개체와 확연히 다른 모습과 능력을 보인다. 루티안도 이 경우에 속한다.
그는 야생마 무리에서 어느 날 태어났다. 털빛은 태양이 져가는 하늘의 구름 색으로 빛났으며, 몸집은 다른 말에 비해서 월등히 컸고, 등에는 깃털로 덮인 날개 한 쌍이 있었다. 성장하며 루티안은 자연스레 무리의 장이 되었고 나아가서는 근처 야생마 무리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당연히 루티안이 나타난 이후부터 야생마 포획률은 바닥을 쳤다. 선조가 길들여 이미 가축으로 쓰는 말 보다는 야생마를 사로잡아 길들이는 걸 선호하는 특정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장을 잡으면 말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걸 안 그들은 무리의 중심에 있는 석양 날개의 천마를 사로잡고자 온갖 노력을 했다. 미끼덫, 잠복, 마법 밧줄, 환각제, 몰이 사냥, 심지어는 마탑에서 실력 좋다는 마법사를 고용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미처 따라가지 못한 야생마 몇 마리를 잡았을 뿐, 루티안은 건재했고 대부분의 말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보다 못한 왕실은 루티안을 성수라 칭하며 포획 금지령을 내렸고, 용의 수명을 가진 그는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고결한 뜻을 가진 이가 자신을 원할 때에만 스스로 다가가 등을 허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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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었다. 특정한 자만 사용할 수 있었던 마법은 과학의 발전과 맞물려 점점 쇠퇴하게 되었고, 지금 시대에 와서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그 시절에는 아이가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으로 보이면 근처 마탑으로 데려갔지만 요즘에는 정신병원에 집어넣는다. 가끔 사실을 밝히면 어떻게 될 지 아는 아이들은 스스로의 재능을 상자 안에 넣고 자물쇠를 잠가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모습을 연기한다.

환상은 죽고 신비는 사라졌다. 아주 가끔, 선조의 힘을 물려받은 아이들과 나를 제외하면, 이 시대에 더 이상 판타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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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런 땅을 사러 오시다니, 특이한 분이시군요."
"그런 말을 자주 듣긴 하죠."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무엇을 위해 사셨는지..."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마침 불어온 바람에 긴 머리카락이 말의 갈기처럼 휘날렸다. 석양을 닮은 색이었다.

"학교를 세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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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계에서 살아남은 것 중 하나이며, 멸세가 한 번 더 일어난다고 해도 유일하게 살아남아 다음 세계로 이어질 것이라 추측되는 '학교'는 마치 성처럼, 혹은 성보다도 더 당당하고 위엄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전 세계는 마법이 존재하지 않다시피 했기에 현 세계의 모든 마법의 근원은 학교였다. 모든 마법을 쓰는 자들의 성소이자 황혼의 천마가 다시 눈 뜨기만을 기다리는 곳.

당신의 입학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