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kle

수많은 아이들을 키워온 유모.
그러나 그 아이들 중 대다수가 불행한 운명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단명하고야 말았다.
연달은 죽음에 슬퍼하고 절망하던 그녀의 눈 앞에 보인 건 순백의 저주.
모든 코아틀이 그 아이의 창백함을 두려워했으나 그녀는 주저 없이 아이를 안아들었다.

" 왜 내가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신 거에요? "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불행에 처하게 된, 그러나 더 큰 괴로움과 마주하게 된 아이가 물었다.
그녀는 그저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아이가 한때 구원이라 믿었던 인자한 미소로.

서로의 저주를 먹고 사는 모녀
로이나는 저주를 퍼뜨리고 다니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곁을 항상 지키는 존재가 바로 트윙클이죠. 그녀는 로이나가 풍기는 저주의 기운으로 인해 몸 곳곳이 얼어 날지 못하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하게 견뎌낸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갓 유모가 되었을 적엔 맑고 푸른 하늘색 눈과 머리칼이 두드러지는 아름답고도 친절한 아가씨였지만, 저주를 견뎌내고 있는 지금은 눈 아래에 짙은 다크서클이 있으면서도 낯빛엔 생기가 도는, 마치 아름다움보단 기묘함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고된 생활을 그녀는 왜 그토록 원하는 걸까요?

그녀는 양딸의 곁에 있으면 혼자 지낼 일이 없는 삶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서서히 그녀를 기피하던 유모 시절과 달리 주위의 토끼를 키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죠. (로이나의 저주는 용이 아닌 다른 생물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저주가 강력한 이유인 동시에 용 이외의 것에게선 환멸을 느끼지 않는 성품을 엿볼 수 있는 면모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다소 냉소적으로 대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이 여기는 딸이 곁에 있으니 좋은 일이지 않을까요?

로이나는 트윙클이 없었더라면 허약한 몸과 주위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채 결국 단명했을 겁니다. 트윙클은 로이나가 없었다면 미쳐버린 채로 죄책감을 매일같이 느끼는 삶을 살아가고야 말았을 겁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기에 로이나는 주변의 이야기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괴로운 삶이라도 살아가며 단명을 피할 수 있고, 트윙클은 살짝 미쳐버렸지만 행복이 계속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의 저주를 먹고 사는 것이지 않습니까?

힘을 잃어 쓰러져 있던 정령을 로이나의 도움으로 회복시키자 그 정령이 트윙클의 곁에 머물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정령에게 토끼 귀와 비슷한 색의 깃털을 선물로 달아줬습니다. 확실히 생각 이상으로 잘 지내는 것 같긴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