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Night

(#39621512)
Level 1 Spiral
Click or tap to view this dragon in Scenic Mode, which will remove interface elements. For dragons with a Scene assigned, the background artwork will display at full opacity.

Familiar

Cragward Custodian
Click or tap to share this dragon.
Click or tap to view this dragon in Predict Morphology.
Energy: 0/50
This dragon’s natural inborn element is Lightning.
Male Spiral
Expand the dragon details section.
Collapse the dragon details section.

Personal Style

Apparel

Will o' the Wisp
Moonlight Claw
White Raven Armor
Spiffy Monocle
Raven Woodguard
Glowing Blue Clawtips
Contaminated Infectalons
Electrician's Emblem
Black Tail Bow

Skin

Accent: A Night in the Clouds

Scene

Measurements

Length
3.23 m
Wingspan
3.48 m
Weight
87.93 kg

Genetics

Primary Gene
White
Iridescent
White
Iridescent
Secondary Gene
Cyan
Shimmer
Cyan
Shimmer
Tertiary Gene
White
Circuit
White
Circuit

Hatchday

Hatchday
Feb 20, 2018
(6 years)

Breed

Breed
Adult
Spiral

Eye Type

Eye Type
Lightning
Common
Level 1 Spiral
EXP: 0 / 245
Scratch
Shred
STR
5
AGI
9
DEF
5
QCK
8
INT
6
VIT
6
MND
6

Lineage

Parents

Offspring

  • none

Biography

WHITE NIGHT


hk6547F.png


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adipiscing elit, sed do eiusmod tempor incididunt ut labore et dolore magna aliqua. Ut enim ad minim veniam, quis nostrud exercitation ullamco laboris nisi ut aliquip ex ea commodo consequat. Duis aute irure dolor in reprehenderit in voluptate velit esse cillum dolore eu fugiat nulla pariatur. Excepteur sint occaecat cupidatat non proident, sunt in culpa qui officia deserunt mollit anim id est laborum.

Sed ut perspiciatis unde omnis iste natus error sit voluptatem accusantium doloremque laudantium, totam rem aperiam, eaque ipsa quae ab illo inventore veritatis et quasi architecto beatae vitae dicta sunt explicabo. Nemo enim ipsam voluptatem quia voluptas sit aspernatur aut odit aut fugit, sed quia consequuntur magni dolores eos qui ratione voluptatem sequi nesciunt.





tumblr_p55qebPfbj1tw1nc7o1_400.png



TsMz5bv.png
hSq6y3j.png
6HVcfob.png
_____
WD3rwlU.png
xexcnNA.png
White Night
oBeWCau.png
빌런 | https://youtu.be/6KKKGpAZHAA

amJOFFR.png
FnPXUw4.png
tumblr_p5hfv6jeXt1tw1nc7o1_500.gif
OjqooTw.png
STATISTICS:
z9VGk8R.png
STR
|▓▓▓▓░░░░░|
DEX
|▓▓▓▓░░░░░|
CON
|▓▓▓▓░░░░░|
INT
|▓▓▓▓▓▓▓░░|
WIS
|▓▓▓▓▓▓▓░░|
DEF
|▓▓▓▓▓▓▓░░|

16RK5Jt.png

TRIPLE X 등급 빌런.
휘하 부하 : ‘슈완’
계약관계 : ‘한’
동맹 : X

ujW4910.png
hS3CkBs.png
두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리미트는 피어싱. 가린 심홍색 눈동자는 상대 기억을 바탕으로한 환상을 보여주고 본래 밝은 시안빛 눈은 상상을 실체화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YzrxjYu.png
tumblr_inline_oqecrgq02i1u7i2gt_100.png
반곱슬로 아침마다 고생한다. 더스크의 2p인지라 더스크가 양심,죄책감이 90%이라면 백야는 10%. 백야가 선행을 한다면 의도가 아닌 어쩌다가.
YzrxjYu.png
mnCzsDp.png
WU4t5kI.png
hS3CkBs.png
부유한 집의 자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홀로 깊은 숲속 저택에서 살아가고있다. 핏이 딱 맞는 수트 선호. 외출이나 손님이 올시 단장도 꼭 챙기는 편.
YzrxjYu.png
tumblr_inline_o7a1ff6mKo1r253z7_100.png
과거 히어로나 일반인들 가릴 거 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으나 최근에는 행방이 묘연하다. 흥미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지라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듯하다.
YzrxjYu.png
mnCzsDp.png
KdktcCd.png

sonDU8r.png
pmIMeYg.png toeDTvU.png
ZtoHQXD.png
White Night?
3oMc87L.png
gca3eWB.png
orAVdfc.png

____1. 히어로의 시초이자 초대였던 ‘이 진’에게 빌런이었던 아버지 ‘던’이 죽임당하고, 소식을 전하러 찾아온 진에게 아버지를 죽인 사람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당황한 진에게 확신을 느낀 백야는 살기를 표하는데, 이에 대해 진은 위험함을 느끼고 자신의 능력을 써 백야의 선과 악을 갈라두게 된다. 불행스럽게도 백야의 능력으로 백야가 느끼는 증오과 복수심, 슬픔과 혼돈, 살의 등 악의 영혼이 실체화되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악이 선을 집어삼키기에 이르게 된다. 선을 삼킴으로써 찰나 증폭된 힘이 오른쪽 눈에 아버지의 능력을 새겨주는데, 본래의 능력자 운명을 거스르게 된 백야는 능력을 쓸수록 저주표식이 몸에 새겨져 몸을 뒤덮게 되면 사망하게 된다. 뒤덮기 전 능력 사용을 멈추면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표식이 사라지게 된다. 저주표식은 마치 쇠사슬과 같은 모양새를 띄고 있는데, 실제 표식이 나타나면 쇠사슬과도 같아 새겨날수록 행동의 제약이 생기며 표식이 생긴 곳을 옥죄여온다.

____2. 백야가 두 가지 능력을 가진 것에 대한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보통 그를 아는 사람들은 환상계 능력자로 알고 있다. 과거의 그날부로 복수심에 불타 큰 사건사고를 많이 일으키고 가장 큰 위험인물로 경계시되기까지 했으나, 시간이 지남으로써 흥미를 잃게되어 빌런 활동은 잠시 멈추고 운명의 시야를 가진 한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날만 저택에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외적인 활동이 없을 뿐이지 종종 자신의 소문이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동맹을 원하는 타 빌런들이나 자신을 죽이려는 히어로들은 조금 흥미가 동해 가지고 놀다 죽이기 일쑤다. 백야 자신도 본인이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알고 있기에 오만하며 행동에 가차없다. 한과 슈엔만 그의 본명인 백야라 부르고 있으며, 세간에는 화이트, 나이트 등 다양히 불리어지고 있다.

giuRS9j.png

VwXPZ7D.png
jPbpyBJ.png
igQ8ipp.png
wOLDLAN.png한과의 관계 JgJxA8O.png
3oMc87L.png

VwNzJWZ.png

____A사실 백야가 대외적인 빌런 활동을 멈추게 된건 한의 역할이 크다. 한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과거와 타 세계에서의 그를 볼 수 있는 한은 점점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가는 백야에게 큰 흥미를 가져다 주었고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만일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찾아오면 백야는 다시끔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바에서 둘은 만나는데, 백야의 과거를 본 한이 직접 대화를 시도했고, 백야에게 타 세계에서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마다 소원을 하나 들어주는걸로 서로 계약을 하게 된다. 한의 능력을 보고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을 가끔 백야가 막아서주기도.

YRw2Gpp.png

igQ8ipp.png
wOLDLAN.png슈완과의 관계JgJxA8O.png
3oMc87L.png

VwNzJWZ.png

____B상대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빼앗아 자신에게 도전하는 슈완을 제압한 후 돈이 필요하단 그에게 돈을 줄테니 자신의 여흥에 놀아줄
것을 제안 후 자신의 저택으로 데리고 온다. 하루하루 능력자들을 생포해 오는 수를 늘려 슈완에게 능력을 흡수하게 한 후 자신이 어디까지 상대할 수 있는지 한계를 시험하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자신의 저주를 슈완에게 들키게 되고, 슈완을 풀어주면 저주가 세간에 알려지게 될까 염려되어 어쩔 수 없이 갈 곳
없다는 슈완과 동거하게 된다. 과거의 상처때문인지 거리를 두고 신뢰하지 않으려하나 글쎄. 이미?


YRw2Gpp.png

lgQrOSD.png
igQ8ipp.png
wOLDLAN.png준과의 관계JgJxA8O.png
3oMc87L.png

VwNzJWZ.png

____C"네 아비건 너건 정말이지
날 비참하게 하는 재주들이 있군. 꺼져." 준이 개화시키는 능력인 걸 알았을 때 백야는 이씨 가문에 질릴대로 질려 더 이상 눈에 띄는 거조차 거부한다. 준은 과거 백야의 악에 먹힌 선이 작게 나마 잠들어있는 것을
눈치채고 개화시키려하나 백야는 그걸 알아채고 완강히 거부하며 물러난다. 분명 선이 개화되면 생각치도
못한 미래의 파도에 쓸려 사라질 것을 알기에, 본능이 거부하고 준을 기피한다. 거부하는 감정이 복수심을
앞서 진에 관한 일도 마음 깊이 접어두고 이름조차 껄끄러워한다.


YRw2Gpp.png

igQ8ipp.png
wOLDLAN.png그 외JgJxA8O.png
3oMc87L.png

VwNzJWZ.png

____D일반인들은 두려움에 떨게하는
이름. 히어로에겐 목표이자 공포가 되었으며, 빌런들에게는 우상이 되었다. 현재 묘연한 행방에 갖가지
소문이 퍼지지만 사실인 소문은 거의 없다. 근래 한이 출간한 'DAWN' 책이 큰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이
백야가 아니냐는 소문은 진실인듯하다. 백야가 빌런 활동을 크게 일으킬 때의 히어로를 제외한 새내기
히어로들은 백야를 체포하는 걸 목표로 두는 이들이 많으며, 후에 이 점이 백야를 다시 사회로 이끌어
낼 수도 있을 법도 하다.


YRw2Gpp.png


KdktcCd.png
CtL4TJD.png

ijRgtvm.png
38926877p.png
"그가 곁에 사람을 두지 않는 이유가 뭐지? 단지 흥미가 동하지
않아서 이려나. 막상 그 재미없어 보이는 집사를 보면 그런 거 같지도 않은데. 이상하다. 아 왜자꾸 쫓아내요. 진짜 여기 이 구석진 저택까지 찾아오는데 내가 얼마나 힘든데!" _벡스터
X0bzVS9.png
ijRgtvm.png
0BvhUsK.png
"분명 환상계 능력자일텐데, 환상일텐데. 이 느껴지는 감촉은 뭐야. 뭐지? 너 대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거야?"_백야에게 맞섰던 히어로
X0bzVS9.png
QOAyWGP.png
CtL4TJD.png

ijRgtvm.png
"함부로 그 이름을 꺼내지마. 괜히 TRIPLE X등급으로 분류한 빌런이 아니란말이야. 환상으로 알았던 자연재해도 일으키고 죽은 사람도 되살리는 무서운 존재야."_ 새내기 히어로들에게, 과거의 영광들이.
0BvhUsK.png
X0bzVS9.png
ijRgtvm.png
"피 튀기지마. 이거 세탁하는 데에 힘들단 말이야. 아, 그럼 죽이지 말라고? 너 이런 거 할 줄 알..어? 실수로 죽여버렸어. 미안-. 하하. 자자, 다음은 누구에요? 날 좀 더 즐겁게 해보라구. 떨거지들아."_과거의 백야
0BvhUsK.png
X0bzVS9.png

m90hpY6.png
Bio template by Mibella, find it here.
NdKGsAP.png




시간은 흐르고, 사람도 흘러가. 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나는 나의 환상을 볼 수 없다. 내 오른 눈이 심홍색으로 스며든 후, 문득 당황한 듯이 일렁이는 진의 눈을 보았을 때 비췄던 그의 기억이 준의 존재를 알게 해줬고 나는 나의 기억도 환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고 안도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어.’

하지만 내게 그런 축복이 내릴 리는 없었다. 신이 존재했다면 애당초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지는 않았겠지. 내가 멍청했었다. 내 눈 앞에 비춰지는 건 그저 무언가의 형상도 환상도 아닌 죽은 아버지의 관뿐이었다. 관을 그러쥔 손끝이 찢어져 피가 관에 스며드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미숙해서 그런 걸 거라고.

이제는 제가 주인인 빈 저택의 계단에 홀로 몇날 며칠을 아무런 생각 없이 앉아있기만 했다. 바람이 든 것인지 아무도 열리 없는 저택의 대문이 조금 열려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옮긴 순간 며칠 동안 읽지 않은 신문들이 열리려는 대문을 막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 올린 신문에서는 아버지를 죽인 진의 공을 추양하는 기사들이 휘갈겨있었고,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렇게 범죄자를 사살한 것이 공으로 기려지는 세상이라니, 히어로의 시작이라. 누구의 생각인거야? 이제 죄를 지으면 무조건 죽어야만 하는 건가. 히어로를 배척하면 빌런으로 단정 지어지는 것을 보고 터무니없음을 느꼈다. 내 입장에선 이 분노를 행할 너희들이 빌런이고 내가 히어로인데. 그렇다면 너희를 죽이는 거도, 벌해주는 거도 내 입장에선 절대 죄 일리 없는 완벽하고 고결한 선이겠구나.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고 내 손으로 그러쥘 현금이 없을 때 난 내 능력으로 상상해내어 만들어내었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맛과 모습을 그리어 내어 실체화한 것을 먹었고, 후에는 어딘가 버려진 전단지들을 보며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맛은 내게 있어 중요하지 않았다. 이 공허와 그들의 행복을 찢어내기 위해서야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먹을 뿐이었기에. 돈도 그런 이유와 비슷했다. 이 저택을 잃어선 안됐고 세상과 연결된 실은 지극히 편파적인 종이쪼가리, 신문뿐이라 주제넘은 돈들이 필요했다.

십대 중반쯤 접어들었을 때 본격적으로 도시로 나섰다. 처음엔 은밀히 시도했던 것들이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더욱 대담해졌었고 히어로들도 내게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맘때 준과 마주했었던 거 같다. 내 기억 속 너와는 다르게 키도 꽤나 크고 네 손가락에 둘러진 히어로 리미트도 그땐 없었지. 녀석이 밟는 땅 주위에선 피를 뒤집어 써 한풀 꺾인 풀이라도 금세 고개를 들어 환한 흰 꽃을 피워냈다. 이 나의 세계와는, 공허와는 다른 이질적임이었다. 너의 아버지 진도 그랬었어. 풀과 같은 따뜻하면서도 차갑게 뚫어보는 그 연두빛 눈이, 능력이 날 꿰뚫고 갈라놨었다. 능력을 쓸 수 없었다. 네 기억이 내 두려움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았고 난 가까스로 도망갔다. 네 아비가 조각조각 찢어 숨겨둔 나의 선이 너가 손을 잡음으로써 싹을, 꽃을 틔워낼까봐. 익숙해진 공허가 너로 채워지는 건 역겨웠다.

나는 내 기억이 환상으로 보여 지지 않는 건 미숙이라 생각했으나 곧 마음을 고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복수 또한 물안개처럼 흩어져가면서 난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다시 실감했으므로, 겉껍데기만 남았기에 보여질 환상조차 남지 않아 나 자신이 보이지 않는 거라며 다독였다. 그렇게 멍하니 무슨 맛인지 모를 커피만 마시며 스산한 밤을 지내었고, 보름이 지났을 때 다시 난 도시로 나섰다. 사람들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내 이름 아닌 이름을 부를 때 조금이나마 살아있음을 느끼었고, 내 선이 행해지는 순간임을 깨달았다.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세상은 넓었다. 넒은 만큼 모르는 것도 많았고. 확실히 사람의 본성을 이끌어 내는 것들은 빌런들의 손길이 문제될 것이 없었기에 힘을 쓰지 않아도 접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죽여서는 안 되는 공간이라니 모순적인 룰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바보같이 히어로들은 자신들에 반발하는 자들을 한 그룹으로 뭉뚱그려 부르더니, 결국엔 전혀 연관 없는 이들도 빌런이란 그룹에 묶이어 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난생 처음 마셔보는 보드카에 혀를 차던 차에 처음으로 내게 말다운 말을 걸어온 사람이 있었다.

친구라니 특별한 단어였다. 그 말이 특별한 것이었단 걸 알았을 때는 주위를 둘러봤을 때 다 하나쯤은 있는 듯했고 나만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챘을 때었다. 없는 것이 내게 큰 슬픔도 아니었고, 불편함도 없었던 터였지만, 있는 편이 좀 더 나을지도 모른다며, 와인 잔을 기울여 부딪치는 챙 소리가 마음을 간지럽힐 때 그리 생각했다. 이름이 하이드라고 했지? 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이네.

그래 지킬이 본모습이었지. 네 말이 맞다. 너의 호의에 넘어가 내 저택으로 초대했을 때 너는 본모습을 보여 왔다. 선이었던 지킬 박사, 히어로인 걸 알았을 땐 내가 눕혀지고 어깨를 찔렸을 때, 네가 웃으며 셔츠를 걷어 올리자 환히 빛나는 리미트를 봤을 때였다. 그 웃음이 이제 네게 죽을 운명이었던 바람에 흩날리는 촛불과도 같아 웃은 거겠지. 과거 너를 처음 봤을 때도 같은 웃음이었다고 문득 깨달았다. 너의 환상이 보이지 않았다. 죽는다는 두려움보다 단지 나를 바꾼 것이라 믿었던 것에 대한 허무함과 바보 같음에 비참했고, 처음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 갈등을 느낀다는 것이 나의 공허를 부식해만 갔다.

상당히 너 악취미네. 다음번에도 날 찔렀으면 분명 목이었을텐데 어째선지 넌 칼을 쓰지 않고 손으로 내 목을 그러쥐었다. 그런 거에 흥을 느끼는 건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던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나의 능력으로 네 등에 칼을 그려낸 순간 어쩐지 네 모습이 여성으로 비춰보였다. 그러고 보니 너 내게 비능력자란 말 따위 하지 않았었는데, 나는 너의 놀이에 꽤 심취해 있었나보구나. 네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따위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너의 등에 난 칼을 내리 꽂았다.

힘이 빠지는 너의 손을 뿌리치고, 어깨의 고통 따윈 내 과거와 버려둔 채 너를 밀치어 깊이 꽂히는 칼과 서서히 흐려지는 너의 초점을 응시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거 같은데 피는 흐르지 않네. 역시 내가 잠시 본 게 맞나봐. 너 뭔가 있구나. 칼을 빼내려 애쓰는 너의 등에서 칼을 빼내곤 고개를 수그려 고통에 바닥에 꺾인 네 목을 머리채 잡아 일으키곤 피를 토하는 네 입에 키스했다. 작별인사야. 놀이는 재밌었어? 응, 그래 멋대로 믿은 내 잘못이지. 가지고 논 네 잘못은 없어. 먼지처럼 서서히 사라지는 너를 보며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잘 모른다. 지켜본 너만이 알겠지.

너에게 꽤나 큰 믿음을 보여줬고 난 그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착각했다. 행복했던만큼 나의 세계는 크게 부셔졌다. 누군가와의 정은 내겐 이리도 무서웠고 가혹했다. 너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의 주제를 깨닫게 해준 너에 대해 다시는 너와 지냈던 것처럼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리란 경고였고, 내 아픔을 1초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던 치기어린 생각이었다. 나는 다시 네가 이곳을 못 찾게 울창한 숲을 그리어내었고, 그게 내 마지막 호의었다. 다시는 내 곁에 누군가를 두지 않으리라. 어깨의 상처가 이제와 아리어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공허에 익숙해져야지. 너가 부순 세계를 난 끌어안고 갈 것이다. 다가오면 깨어진 나의 세계가 다가온 이를 파고들도록. 아, 그런 배신당한 듯한 표정 보는 건 싫으니까 내가 먼저 다른 이들의 세계를 부숴줄까.

내 눈을 덮을 정도로 머리가 길었을 때 거울을 보고 비죽 웃으며 한 쪽만 대강 잘라낸 후 다시 도시로 발을 들였다. 꿈과 희망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나는 웃음 지었다. 참 하찮은 꿈들과 희망이구나. 이건 굳이 목숨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걸 알게 된 건 도박판이었다. 도박판은 눈만 감아도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내게 너무나도 쉬운 곳이었다. 문득 주변에서 암시장이라도 손 대 이리 돈이 많은 것인가 묻는 이들의 말이 궁금해져 또 다른 돈의 흐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몇몇에게 물어 도박판에서 따낸 돈을 그러쥐어주자 푸른빛의 별 모양 뱃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건 또 누군가의 꿈이 형상화 된 거려나. 재밌네.

하. 제 앞에 놓여진 보드카를 입 대곤 혀를 찼다. 돈 좀 만지는 이들은 이런 걸 꼭 마시나보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한창 거래가 이루어지는 스테이지를 내려다보며 세상 지루하다 느꼈다. 아이란 이유로 능력이 좋아도 이런 암시장에서 판매되며, 능력뿐만이 아니라 색욕을 자극해 팔려나가는 경우도 허다했으며, 누군가의 악취미일 수도 있는 히어로 말단들까지 참 가지가지 했다. 지나가다 들리는 말론 과거에 아동 암시장이라 했는데 꽤나 많이 변화했군. 와인을 시킬까 말까. 시킨다면 어떤 와인을 시키지. 이런 생각을 하며 다리를 꼬곤 웨이터를 불렀다.

시가 향과 어지러운 술 냄새, 꽤나 단장한 듯한 역겨운 향수내가 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으나 문득 제 옆에 향긋하고도 씁쓸한 국화향이 났다. 향을 자각했을 때쯤 제대로 들은 게 맞는가 싶을 정도의 어이없는 말이 귀를 파고들어와 쳐다보는 거도 그만 두었다. 스테이지도 슬슬 질렸겠다, 미친놈이 말도 걸겠다, 이만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걸 종종대며 미친놈은 따라와 재잘거렸다. 장소만 아니었으면 그 입을 찢어버렸을 거라 생각하며 노려보니 꽤나 그 향과 어울리는 보랏빛 머리에 여리하지만 그렇다고 약해보이지는 않은 느낌. 너 또한 꽤나 속이 비어있는 듯했기에 괜스리 짜증이 올라왔다. 부숴버리기 전에 제발 내 눈 앞에서 꺼져줄래 라고 입 안까지 올라왔으나 내뱉지는 못하였다. 뭔데 너도 비어 있는거야.

짜증을 담긴 눈길이 퍽이나 살기가 돋보였는지 너는 어디선가 본 심홍빛 눈동자로 물들고 있었다. 내 능력임을 아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너가 뭐라 쫑알거리기 전 그 웃음만으로도 알아챌 수 있었다. 순간 묻고 싶었다. 내 환상이 보이느냐고. 또 왜 웃냐고. 나보고 호의로 접근한다는 걸 보여주려 웃는거야? 어쩌지, 그런 웃음이여도 내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저절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너의 그 능력도 재밌거니와 네 입이 내뱉는 돈이란 소망이 얼마나 하찮은가를 보여주고 싶었고, 내가 나와 약속한 것이 있었다. 내게 다가오면 깨진 내 세계가 널 파고들게 할 거고, 너가 부셔져 가는 걸 난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한껏 웃어줄 것이란 나 자신과의 약속. 자, 나를 재밌게 해줄래? 부디 너무 빨리 망가지지 말아. 과거의 내가 그 자식에게 호의를 표한만큼 너 또한 내게 그 이상의 호의를 보여줘. 내가 너의 목덜미를 손으로 그러쥘 순간을 기대하며 난 웃었다.


tumblr_pelcdz0l9q1tw1nc7o1_250.pngtumblr_pelcdz0l9q1tw1nc7o2_250.png



저물어가는 하루를 막 운행종료 된 놀이기구의 빈 레일 위에 앉아 바라보며 꽤나 하늘이 울렁인다 생각했다. 푸르스름한 어둠이 붉게 물든 해 위로 얹어지며 일어나는 불꽃이 내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듯 속을 태워갔다. 내 위와 아래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아주 어두운 밤이 되어 밑이 보이지 않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별이라도 볼 요량이었지만 어째선가 자리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이따금 찾아오는 감은 무시해도 그만이었지만 항상 제 기분을 헤집어놓았기에 꼭 놀아나는 듯 무시할 수 없었다.

벌써 단풍이 들 시기였나. 조금 생각을 곱씹어봤다. 단풍의 시기라기엔 제 정원은 얼룩이 든 마냥 붉은빛들이 지저분하게 들어있었다. 웬만한 향은 숲이 내뿜는 시린 향에 묻혀 나지 않을 터인데 크게 일을 치뤘는지 피비린내와 화약내가 진동하였다. 탄약을 다루는 능력자가 제 없는 사이에 방문을 하였나보다. 초대한 적이 없는데. 하며 저택과 자신의 거리 사이에서의 일을 가늠해보았다. 불안정한 적막이 흘러왔다. 분명 한 명만이 방문한 것은 아니라고 정원을 덮은 피는 말해주고 있었다. 시체를 보여주며 제게 눈을 반짝이는 무단거주하는 집사 또한 없었다.

발걸음을 공중으로 옮겼다. 몸 어딘가에서 생경히 옥죄여오는 느낌이 조금씩 감싸져왔다. 이 감각만 빼면 자신의 능력은 너무나도 이런 일에 편했다. 남들이 멋대로 공중을 걷는다 착각할 투명 발판을 만들어 내는 건 자잘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 훨씬 익숙했다. 제 밑에서 큰 파열음이 들려오는 걸 굳이 보지 않았다. 주변에 화약가루가 만연한 걸 보고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정말로 예상이 들어맞으니 조금 시시한 기분이 들어 큰 파열음 뒤에 가려졌을 소리에 집중하는 데 생각을 돌렸다. 당황한 듯한 작은 웅성거림이 웃음 짓게 만들었다.

하나. 둘. 셋. 눈짓으로 제가 정신없이 관통한 사람의 수를 세었다. 숨을 쉬지 않으니 사람보단 시체가 좋은 표현인가. 몇이나 더 있는지는 몰랐지만 궁금하지는 않았다. 제 능력으로 저택 하나를 붕괴시켜 남은 모두를 몰살시키는 방법을 들어오기 전부터 수에 뒀으나 그저 흥미로 하나씩 찾아 죽이고 있던 터였다. 집사가 있지 않은 건 저택 문을 열었을 때 그 속을 알 수 없는 멍청한 표정이 반기질 않아 진작 알고 있었지만. 고통의 비명 속에서 집사가 이곳에 있진 않지만 죽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걸 궁금해 했던가 생각하며 제가 걸친 코트 안주머니에서 얇은 케이스를 하나 집어 들었다. 케이스 속 꽉 들어있던 것들을 언제 다 폈지. 마지막 개피인걸 확인하자 네가 내 마지막 사람인가 머릿 속에 떠돌았다. 이런 게 걱정인가. 모두 우문이었다.

자기를 죽이려 얼마동안인지 모를 시간을 진치고 있던 히어로들보다 더 달갑지 않은 얼굴이 제 발 밑에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멋쩍은 듯 웃는 것을 보고 가능한 세게 가슴께를 차줬다. 니가 불러왔냐. 꼴에 불쌍하게 켁켁거리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모양새를 성에 차지 않은 듯 바라보았다. 한 번 더 발길질하려 다가서는 순간 넌 미간을 찡그리며 소리 쳤다. 나도 잡혀있었다고요. 아, 손이 묶여있는 걸 보지 못했네. 그러게 왜 그런 짜증나는 낯짝을 하고 있어서는.

내 망할 집사가 히어로들에게 끌려가고 자신은 여기 계속 감시가 붙은 채로 잡혀있었다고 넌 재잘거렸다. 기자들은 원래 그렇게 말이 많던가. 내가 그렇게 매몰차게 집 밖으로 쫓아내고도 넌 계속 특종을 노려 제 집에 숨어들거나 대문을 부숴먹기 쉽상이었다. 이번에도 사소한 거 하나 다 적어내기위해 왔다가 진을 치던 히어로들에게 눈길을 사 잡힌 거겠지. 빌런과 붙어먹는 공범으로 몰렸을 너를 생각하니 딱하기도 했지만 넌 정말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 그렇게 굶어 죽던가. 하고 방문을 잠그고 남은 잔당의 낯짝을 찢어발기려 마음먹은 순간 넌 날 데려다주겠다며 풀어 달라 바닥을 굴러다녔다. 내가 어이없어 멍하니 바라보는 걸 긍정의 뜻으로 생각했는지 넌 주변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곤 저절로 타들어가는 히어로들의 리미트를 보며 실제로 자멸하는 히어로 리미트를 눈으로 본 건 처음이라며 매우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 한한테 너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다른 세계의 너도 이 모습과 똑같다면 우선 너부터 족치고 반드시 다른 세계의 너도 없애 주리라.

대충 집을 둘러싸듯 환상을 걸어두고 남은 이들이 알아서 제 집에 심은 폭탄을 없애주길 바라며 손을 내미는 기자의 손을 잡았다. 기류를 다룰 수 있지만 능력을 연습하지 않아 타고 다니는 것뿐이 못한다는 네게 없던 흥미마저 사라졌음을 느끼고 욕을 내뱉었다. 손잡는 게 싫으면 업힐 거냐 안길 거냐 알량히 묻는 너의 목덜미를 잡았다. 음. 한 결 나았다. 이러고 가자고.

히어로 본사를 정면적으로 대치하는 건 굉장히 시간만 끌리는 비효율적인 일이라 고민하긴 했었다. 몇 십 명의 환상을 가지고 노는 것도 다시 도질 정신병을 생각하면 내키지 않았다. 그나마 기자가 공중으로 길을 열어준 데다가 그의 기자 생활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본사의 내부구조도 꿰뚫고 있었기에 나는 그의 목숨을 조금 연장시켜줄 수 있었다. 해가 넘어 간지 꽤나 지나 본사의 얼추 반 정도는 소등한 상태였기에 건물 최상부까지 들키지 않고 온 듯하였다. 아니, 이 남자가 제 집에 숨어들은 경력을 생각하면 이쯤이야 처음부터 별 일 아니었을 수도 있다. 자신을 내려주고 은근슬쩍 제게 고마움의 표시를 바라는 눈치가 보였다. 아니, 내가 구해준 건 생각도 안하나. 건물 밑으로 망설임 없이 차 버리곤 발걸음을 옮겼다.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들린 듯 했지만 죽기야 하겠어. ......... 차라리 죽어라.

옥상의 계단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네가 있을 거라 예측되는 상부층 홀까지 당도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시간이 몸 끝 언저리에서 일렁였던 나의 아픔을 증화시켜 주었다. 저주가 사라져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도닥였지만, 왠지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것이었다. 익숙한 인영에 조무래기인 듯한 것들이 둘 정도, 싶었다.

너희 받는 돈은 죄다 이런 사치로 써버리는 건가. 크게 아롱거리는 샹들리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나쯤 부숴도 괜찮겠지 하며 떨어트릴 타이밍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턱을 괴고 앉아있던 차였다. 층고가 높고 너희가 아무리 덜떨어졌어도 제가 홀의 입구부터 차근차근 중앙의 샹들리에까지 올라와 앉는 걸 모를 줄은 몰랐는데. 저만치 보이는 우리 집 집사가 꽤나 초췌한 몰골로 꿇어앉아있는 걸 흘깃 봤다. 아마 자신이 온 걸 알아챘을 법한데 괜히 내가 들켜 손 가는걸 원치 않았는지 모르는 척 하는 게 틀림없었다. 쓸데없이 친절했다. 나 말고 다른 사람 앞에서 무릎 꿇은 모양새가 퍽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날 모시기로 한 날 외에 널 무릎 꿇리는 일은 나도 없었는데. 괜스리 다리가 꼬였다.

저택에서 죽어나가는 히어로 수가 이제 꽤나 크게 잡혔는지, 상부에서도 저택의 존재에 대해 불쾌한 관심을 가진 듯하였다. 짧진 않고, 그렇게 길지도 않는 주기마다 히어로들은 꼭 나의 저택으로 찾아왔다. 조금씩 강한 이들을 보내는 것도 대충은 감을 잡았으나 크게 신경 쓸 일이 못됐었다. 으레 손님을 우선 맞는 건 제 집사기에 내가 초대한 손님이 아니면 가차 없이 내 눈 앞에 들이기도 전에 존재를 지워버렸다. 누군가 자주 찾으면 소문과 사실이 뒤섞여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법이었다. 그건 사람의 생사와는 별개의 문제라 생각되었다. 결국 그래서인지 너의 능력을 간파당하고 이곳까지 끌려왔다. 치사하게 능력도 능력이지만 물량으로도 밀어 붙였지? 제각각인 너의 상처를 보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

듣자하니 여자인 조무래기 하나는 잠시 들른건가. 히어로들이 왜 걔를 잡아왔는지 모르는거야? 웃음이 그려졌다. 그리 간단히 말해도 되는 게 아닐텐데. 걔 하나를 잡으려고 너희 쪽 몇 명이나 죽어 땅의 비료가 되었는데 가벼이 말해. 어디서 잡아 왔냐니. 히어로들의 새로운 무덤이자 묘비인 나의 저택에서 왔지. 너의 인형으로 만들고 싶다고?. 내 껀데, 주인의 허락이 먼저 아니겠어. 좀 더 들을 요량이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도 지치겠네, 슈완 스테인. 빈 듯한 짜증스러운 표정 짓느라 말이야.

악연이다. 악연. 등에 흐르는 땀을 모른척, 네 얼굴을 하나 하나 뜯어본다. 보아하니 저 여자도 날 기억하는 듯 싶은데, 당연히도 아는 척 하기는 죽어도 싫었다. 역시 잘 살고 있었네. 슈완의 뒷덜미를 잡은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과거의 하이드는 역시 그녀의 인형이었다고 그녀의 말로 유추해볼 수 있었다. 보기를 원했으면서도 원치 않았던 하이드의 본 모습 지킬이구나. 그 날 순간적으로 보였던 여자의 환영과 얼추 똑같다고, 대충 묶어 올린 그녀의 머리를 보고 그땐 조금 짧은 머리였는데 하며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처음엔 당황한 듯 싶었으나 저를 알아보고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붉히고 죽일 듯이 쳐다보는 게 생각보다 재밌어 입꼬리를 크게 올리곤 조금 더 도발을 해주었다. 이렇게 거물급 빌런은 처음 보니? 왜 사랑에 빠진 표정이야? 오, 네 표정이 좀더 볼만해졌다.

음. 지금쯤이면 아까 미처 다 죽이지 않은 히어로들이 환상에 시달려 저들이 설치해둔 폭탄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었을 터였다. 불필요한 감정소모로 조금 피곤해져 졸려오는 차였다. 지금 가지 않으면 내내 탄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저택에서 불쾌한 취침을 이뤄야할지도 몰랐다. 간만에 푹 자고 싶었던 터라 앞의 히어로에게서 몸을 돌렸다. 과거를 회상하기엔 이미 조각조각 나 어디서부터 기억해야하는지도 아득했다. 당황하는 모습을 제 손에 잡혀있는 집사에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넌 이미 날 한 번 가지고 놀았으니 이제 내가 가지고 놀아줄 차례였다. 하찮은 복수심이 아니었다. 그저 평소의 자신이었다. 이미 과거는 지운지 오래였고 너 또한 이제 그저 내게 있어 히어로 일뿐 그 이하 이상도 아니었다.

밤하늘을 걸으며 집사에게 저택의 청소를 요구했다. 사실 네가 그런 걸 할 만한 몸이 되지 않는 다는 걸 옷에 잔뜩 뒤집어 쓴 피가 말해준지 오래였다. 항상 넌 내가 선혈을 잔뜩 옷에 묻히고 오면 잔소리하기 일쑤였는데 당한만큼 해주고 싶었으나 막상 기억이 들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너 또한 아무 말도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직도 난 모른다. 어쩌면 너는 나보다 더 비어있어 그 눈 뒤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 또한 나를 봤을 때 그랬으면 좋겠다. 혼자 상대를 예측하는 건 늘 유쾌하지 않았다.

돌아온 후 본 저택은 예상보다 처참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은 고요한 밤이었다. 널 네 방 침대에 앉히고 대강의 치료랄 것도 없는 치료를 해주었다. 소독약에 진심으로 찡그린 듯한 표정을 보고 재밌어 치덕치덕 발라주고 약간은 엉성하게 붕대를 감아주었다. 한숨 자라고 말한 뒤 불을 끄자 곧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다시 방에 발을 들여 네가 자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음 속 응어리지는 것은 분명 네게 하지 못한 말들 이었다.

내가 구하러 와준 게 기뻤어? 날 원망했지? 어떻게 보면 나로 인해 너는 항상 대신 상처입고 피를 뒤집어썼으며 필시 귀찮은 일이었을 것들을 해왔다. 남을 위한 일이야말로 정말 무의미하고 귀찮을 텐데. 이젠 흠씬 두드려 맞고 납치까지 당해 네 입에서 나에 대한 정보 뭐 하나라도 나올 때까지 심문당하고 고문당했잖아. 너가 너 입으로 내 저주에 대해 히어로에게 말할 걸 무서워서 간 게 아니란 걸 눈치 빠른 너라면 알고 있겠지. 그게 두려웠다면 널 언제든지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다. 너가 불필요한 고통을 받을 바엔 그냥 여기서.

골아 떨어져 눈을 감은 너의 위에 올라타 가는 네 목에 손을 가져다댄다. 널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제 생각을 떠올리며 제 손 끝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예기치 못한 일들보다는 예상 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재미는 없어도 안정적이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옹졸했다. 재미없는 일이라면 죽어도 하기 싫은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예기치 못한 일의 상처는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며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 것이었다. 저택에서 네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을 땐 조금 철렁였던 거 같기도 했다. 남은 내 조각들마저 아스라이 부서져 내릴까봐. 역시 너를 들이면 안됐다며 손에 힘을 주려했다. 분명히 주려고. 했는데.

망설여졌다. 과거의 내가 머리 위에서 비웃는 듯했다. 젠장. 제기랄. 아직도 난 나아진 점이 조금도 없었다. 조금 신경질적이게 네 가슴팍에 머리를 맞대었다. 아, 짜증난다. 올라탄 몸을 방향을 바꿔 네가 자는 곳 옆에 걸터앉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껏 속으로 욕을 내뱉곤 이내 너가 잠들어 있는 걸 다시끔 확인했다. 손을 뻗어 헝클어진 네 온정 품은 보랏빛 머리를 조금 정돈해주었다. 다 너가 약한 탓이라며 대충 뭉뚱그려 생각했다. 그 편이 자신에게 좋았다. 그래, 주인이 조금 모자란 집사 챙겨줄 수도 있는 거 아냐. 절대 넌 내 세계에 들이지 않은 것이다. 제발 그러길 바라며 조용히 자릴 일어섰다.

문이 닫히자 잠든 제 집사가 눈을 뜬 건 아마 평생 모를 것이다.
제 주인은 쓸데없이 친절했다.


tumblr_pelcdz0l9q1tw1nc7o1_250.pngtumblr_pelcdz0l9q1tw1nc7o2_250.png



이마께에서 미적지근한 액체가 볼을 타고 내리는 와중에도 다음 수를 생각하려 애썼다. 생각 없이 던진 얼음조각처럼 호화로운 위스키 잔이 제 머리를 울리며 챙하고 깨져 눈앞이 핑 돌 때 상대를 너무 얕봤음을 뒤늦게 깨달아 자신이 조금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맛이 없더라도 위스키를 입 속으로 털어 넣을 걸. 술에 젖은 머리가 피가 새는 상처 부위를 지분거려 쓰라려오니 절로 후회가 들었다. 사물을 이동시키는 능력인가,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인가? 반사 같은 건가. 여러 가지 경우 수를 늘여놓았다. 환상을 쓰기엔 보는 눈이 없잖아 있어 다음 제 행동에 신중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 낯짝에 던진 잔이 내 머리에서 깨져왔다. 다음번에도 제가 잔을 던졌다가 머리를 강타해오면 진짜로 내가 쓰러질지도 몰라. 웃긴 생각을 하며 남자를 살폈다. 특별한 공격은 없는 걸 보니 무언갈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해보였다. 조금만. 조금만 환상을 사용해보자. 속에서 내 자신이 속삭여왔다.

이런 능력자도 있었는데 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거지. 눈앞에 펼쳐지는 자신의 과거에 한탄했다. 시험 삼아 조금만 아주 약간의 환상만 발동해서 다행이라 속으로 안도함과 동시에 사고회로가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하지라며 일단 제 환상을 끊어내려 남자가 있던 자리에 거칠게 다른 잔을 던졌다. 까무러치기 아니면 환상에 풀려나는 것, 후자라면 조금 숨통이 트일테지만 도박에 가까웠다.

한 가지 능력뿐이 반사해내지 못한다고 환상이 풀린 자신을 보며 가설을 세웠다. 반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과 상성인 능력인 건 물 보듯 뻔했다. 환상을 쓰고 자신이 환상에 걸린다면 실체화 능력을 사용하여 놈에게 타격을 줘야하는데 환상을 약하게 걸고 실체화 능력에 주를 둔다면 분명 환상보단 실체화를 제게 반사시킬 터였다. 또 환상을 당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었다. 가만히 있겠냐고. 거칠게 제 머리를 부여잡곤 반복되는 생각에서 헤어 나오길 시도했다. 준만큼이나 끔찍하다.

무모하게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보단 자리를 피하는 게 더 이득인 걸 알았다. 다행이도 이성이 본성보다 앞서있었다. 좋아, 상대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조형이나 기상이변을 만들어내고 틈을 타 이곳을 빠져나가자. 라고 간신히 복잡한 머릿 속을 정리하며 채 마시지 못한 조니워커를 대신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생애에서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리스트에 초면인 상대가 올라가다니. 세간의 내 이름이 우는 듯했다. 큰일인데, 히어로라면 앞으로 활동에 제약이 생길수도.

히어로..히어로... 아, 히어로가 아니면 도망칠게 아니라 좀 더 도박을 해볼까. 본성이 발 끝 손 끝까지 지배되는 기분이 순식간에 들어왔다. 일단 던져보고 상황이 더 악화되면 그제 발걸음을 떼도 늦지 않을 거란 생각에 휘감겨왔다.

너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뭐가 필요하던 이 내가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어. 남들에게 어둡고 어두운 절망을 선사해줄 수도, 네가 원한다면 누구든 자연재해로 생각할 태풍을 만들어 도시를 휩쓸 수도 있고. 돈을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도 억을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네가 원하는 세상을 얼마든지 선사해줄게. 이 능력으로. 너는 내게 조금의 시중만 들어주면 돼. 어때?

미소를 지어보였다. 너가 무언가를 제 마음대로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면 내가 공격하지 않는 한 당장의 목숨을 앗아가지는 못할 터였다. 고양이 앞 생쥐와도 같은 자신의 처지에 웃음이 나고 비틀린 즐거움이 생겼다.

훗날의 적으로 만드는 것보단 아군으로 포섭하는 것이 더 미래투자에 현명할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다. 어쩐지 순순히 승낙하는 네게 의심을 조금이라도 품었어야 했었다. 며칠이 지나고 깨달았다. 너는 날 언제든지 잡아먹을 수 있는 제보다 위의 존재였다. 너의 속셈을 모르지만 무언가가 그러지 못하게 막고 있는데, 그 무언가가 없다면 넌 오히려 나를 부릴 수 있는 존재였다. 그 무언가가 제게서 사라져 우려하는 일이 일어날까봐도, 무언가를 모르는 이 상황도 두려웠다. 돈인가? 아니 그것 말고도 더 있는 거 같은데. 포식자 옆의 한낱 미개한 초식동물과도 같았다. 너무 가까운 미래만 본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불안한 눈빛을 본 넌 내 잔에 다시끔 조니워커를 따라내었다. 널 처음 만난 날을 회상시켜주듯 알게모르게 넌 날 공포로 몰았다.




-인테스 만남 중략


tumblr_pelcdz0l9q1tw1nc7o1_250.pngtumblr_pelcdz0l9q1tw1nc7o2_250.png



제 주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주인의 생각대로 나는 언제든지 그의 금욕적인 옷을 풀어헤치고 드러나는 목을 곤충의 날개를 으스러트리는 것처럼 비틀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능력을 주신 천지신명님께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직도 날 효과적으로 절망의 늪에 빠트릴 수 있는 사람을 대면하지 못했다는 건 내가 그만큼 이 사회에서 상위층에 속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나의 세계를 구축해주던 데르안이 내 손에 죽으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능력 하나만으로도 나는 세계의 포식자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날 대면한 이들의 눈빛은 대부분 비슷했기에, 나는 주인의 흔들리는 눈초리만 봐도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름 그 눈을 보는 건 즐겁다. 아니 정확히는 그도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잘 알아 숨기고 싶은 것 마냥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들이키는 점이 재미있었다. 당신 위스키는 싫어하잖아? 자존심하고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들고 있는 병은 당신과 처음 만났을 때의 위스키와 같은 거야. 그 때 어두워서 어떤 종류의 라벨인지는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건 당신을 닮은 블루 라벨이네. 맛에 한 번 찡그리고 내가 든 병을 보고 한 번 더 미간을 좁히는 거 보니 그날의 술과 같나보구나. 그렇게 날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당신이 날 필요로 해서 난 여기에 있고 난 그거에 대해 약간의 보상을 바랄 뿐이야. 날 혼자 두지만 않으면 돼. 쉽잖아. 그렇게만 해준다면 난 아마 평생 당신을 못 이길거야.

의도해서 자신이 그에게 조니워커를 따라낸 것은 아니었다. 지하에 익숙치않은 찬장을 호기심에 뒤지다가 위스키 몇 병을 발견했는데 어렴풋이 이것들이 선물 받은 것임을 아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 몇 병은 모르겠지만, 이 짙푸른 박스에 금칠이 된 글자 조니워커를 본 기억이 스쳐갔다. 주인이 다른 의미로 아끼는 관계인 한 이라는 남자가 일이주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간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웃으면서 제 주인에게 건네 왔던 선물이었다. 자기 취향이 아니라며 단칼에 그어냈지만 주인이 이런 선물을 잘 버리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이제 제 눈에 띄었으니 더 이상 보관될 일은 없었다. 버릴까 아니면 제 주인이 보는 앞에서 실수인척 깨버릴까 고민하던 차에 자신이 있던 지하 술 창고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술을 찾으러 온 듯 하였으나 자신이 밑에 있는 것을 눈치 채곤 소비뇽 중 아무 거나 들고 오란 말을 남기고 듣기 좋은 구두 굽 소리를 내고 사라졌다. 흐응, 그냥 이거나 줘야겠다. 라며 거칠게 포장을 뜯어 버렸다.

술의 종류는 그렇다 쳐도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려고. 식사나 디저트 중에 곁들이는 와인들, 접대용 술들은 부엌 근처 벽에 따로 몇 병 보관되어있던 터였다. 본인이 지하 술 창고까지 찾아왔단 건 제게 무언가 말하고자 할 때였다. 단지 그 말을 꺼내는 데 필요한 분위기와 취기를 빙자한 직접적으로 말하는 데에 어려움 때문에 마시는 것이었다. 주인이 어떤 과거를 딛고 여기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곁에 사람을 두지 않으려하는 것과 많은 양의 도수 높은 술이 들어가도 꽤나 오래 정신 줄을 부여잡는 것을 보면 만만치 않게 독기가 든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몇 잔으로 취기가 오른 것마냥 맨 정신으로 꺼내기 힘든 말을 하는 걸 보면 끝까지 제게 지지 않으려 한단 점이 제 주인다웠다.

내일 외출한다고 어느새 자신이 따른 마지막 잔을 비우고선 말해왔다. 별 말을 하지 않는 자신은 보지 않고 빈 잔만 뚫어져라보며 그다운 이유를 댔다. 히어로들 루키가 내 이름을 쓸데없이 읊고 다니는데, 난 그런 하찮은 정도의 애송이들한테 불릴만한 이름이 아냐. 요즘 히어로들을 너무 풀어주긴 했어. 루키들 몇만 손봐주고 돌아올 거야. 다 마셨으면 빈 병은 여기 두고 다른 거 가져와.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 서둘러 자신을 다시 지하로 내보내는 걸 순순히 당하기엔 난 그리 호락하지 않았다. 제 잔도 꺼내주시면 다녀올게요. 허락을 받는 데에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지 주인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그가 자신이 할 일을 마친 후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루키들 중 한 명쯤은 제가 죽여도 괜찮겠다 싶었다. 자신이 일하는 사이에 이미 주인은 루키들을 휩쓸고 다닐테니 자신이 한 명을 죽여도 주인의 악명이 다시끔 퍼지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주인이 빨리 돌아오는 것을 위한 행동이기도 했지만 히어로의 루키 따위들이 제 주인의 관심을 뺏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괘씸하고 불쾌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마치고 지하에서 아까 주인이 원했던 소비뇽을 들고 돌아오니 얇은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약한 취기마저 가라앉히려하는 제 주인의 버릇이었다. 여유롭게 제 주인과 언제 가져다 놨는지 모를 제 잔에 붉은 와인을 깔끔히 담아내곤 병을 사뿐히 테이블에 세워두곤 제 주인의 잔을 가지고 주인의 옆으로 가 섰다.

흰 연기가 어우러졌다 어느 순간 산산이 부서지는 모양새가 주인과 퍽 어울린다 생각했으나 매캐하게 코를 찌르는 냄새가 거부감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잔을 들지 않은 손으로 주인의 입에 물린 담배를 능숙히 빼내 올리고 잔을 앞에 흔들어 보였다. 별 다른 반항 없이 주인은 제가 흔드는 잔을 잡아 빈 입에 가져다 대었다. 갈 곳을 잃은 개비를 늘상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미련 없이 떨구곤 구두로 즈려 밟았다. 주인이 잔을 거부했다면 순간 명령조로 성을 낼 뻔했으나 그러지 않아 누그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늘상 말하죠? 제 앞에서 피지 마요.

잔을 나누고도 크게 주인이 화를 내거나 제 얘기를 끊는 일이 없어 주인이 내일의 외출이 얼마나 간절한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본래 멋대로 인지라 자신이 급히 구미당기는 일이 있으면 이러건 저러건 혼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으나 따지려 들은 저에게 혼자 분을 참지 못해 능력으로 덤비다가 자신의 능력으로 호되게 몇 번 당한 후로는 제게 허락을 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애정을 주는 일이 이 남자에겐 그리도 힘든가 하고 생각되니 절로 한숨이 쉬어졌다. 의자에 폭 기대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주인은 내가 취한 거라 생각되었는지 잔을 내려놓았다. 어찌되었건 자신은 말했으니 이제 됐지 란 무언의 행동이기도 했다. 어린애도 아니고 막무가내였다. 허락을 구한다는 표현은 주인에게는 아직 먼 길이라 깨달으니 웃음이 나왔다.

주인은 아직 내가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주인 멋대로 착각하고 방으로 들여보내주는 것이 시작이었으나 자신이 취한 것이라 생각할 때 주인은 제가 바라던 애정을 조금이나마 주었기에 계속 이 연극은 이어졌다. 귀찮듯 죽일 듯이 바라보다가도 걸음을 조금이나마 헛딛는 척 해주면 제 몸을 받쳐 방으로 열심히 데리고 가는 것부터 술 못하면 마시지나 말라느니 자신에게 해당 없는 잔소리도 길게 늘여놓는 게 좋았다. 정말로 나만 봐주는 듯해서. 옷 너머로 건네져 오는 온기가 너무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짧은 방까지의 길이 끝나고 문이 열리면 제 침대에 아무렇게나 자신을 던지고 건성으로 이불을 덮어주다가도 내가 잠꼬대를 하는 것처럼 가지 말라 하면 금방 뿌리칠 듯 하면서도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같이 있어주는 게 제 주인의 애정방식이라 생각했다. 이래서 주인을 놓을 수가 없었다.

깊이 잠든 척을 하면 제 주인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구두를 벗겨주고 머리끈을 풀어선 옆에 아무렇게 두고 나갔다. 아 매일 이런 생활이면 좋겠다. 같이 자지 못하는 것도, 내일이면 또 빈 집에 혼자 남겨지는 거도 아쉽지만 가끔씩 애정과 관심을 주는 것이 너무 달콤해서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더 조르고 싶어. 내 아래에 두면 더 날 바라봐주고 날 이 저택에 외로이 안 두지 않을까? 좀 더 한계까지 너를 몰아붙여볼까. 우리 서열관계를 다시끔 잡아볼까. 사실 당신을 찾아오는 한도 그렇고 도바도. 널 노리는 히어로들도 널 신경 쓰게 하는 모든 것들이 다 짜증나고 속 쓰린데 정리도 할 겸.

.....아니야.아니야. 이건 지금의 내 위치에서만 받을 수 있는 애정이다. 이제야 막 주인이 저로 물들기 시작했는 걸 굳이 멀리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이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데르안 때를 생각하면 자신의 본성이 나올까 살짝 두렵기도 했다. 내가 지금 우리의 관계를 뒤엎지 않도록 부디 주인이 선을 잘 지켜주길 바랄 뿐이었다. 할 수 있지 그 정도는? 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깊은 수마가 덮쳐왔다.


- 인테스 입장


tumblr_pihi84JfSh1tw1nc7o5_500.png

백야
If you feel that this content violates our Rules & Policies, or Terms of Use, you can send a report to our Flight Rising support team using this window.

Please keep in mind that for player privacy reasons, we will not personally respond to you for this report, but it will be sent to us for review.

Click or tap a food type to individually feed this dragon only. The other dragons in your lair will not have their energy replenished.

Insect stocks are currently depleted.
Meat stocks are currently depleted.
This dragon doesn't eat Seafood.
This dragon doesn't eat Plants.
You can share this dragon on the forums by either copying the browser URL manually, or using bbcode!
URL:
Widget:
Copy this Widget to the clipboard.

Exalting WhiteNight to the service of the Lightweaver will remove them from your lair forever. They will leave behind a small sum of riches that they have accumulated. This action is irreversible.

Do you wish to continue?

  • Names must be longer than 2 characters.
  • Names must be no longer than 16 characters.
  • Names can only contain letters.
  • Names must be no longer than 16 characters.
  • Names can only contain let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