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zo

슈퍼 빌런, 프랑스 태생, 주 활동 지역은 영국. 빌런들의 공동체 IO의 멤버 중 하나.
물병자리의 감마성 Sadachbia(사다크비아)를 호칭으로 쓰고 있으며 동료들은 사드라고 부르곤 한다. 사다크비아의 의미는 '은둔가의 행운별'. 본명은 Enzo Ammar 엔조 아마르. 애칭은 엔조 또는 엔지.

22세 남성, 제법 낭창하고 길다 생각되는 팔다리에 왜인지 퇴폐적이다 싶을 만큼 권태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상대방을 쳐다볼 때 고개를 전부 돌리지 않고 시선 처리로만 눈을 맞추거나 비스듬하게 쳐다볼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여우눈이라 부르는 눈매에 선명한 보랏빛의 눈동자. 누군가는 설명할 때 제비꽃이나 스타치스를 예로 들곤 한다. 긴 편인 속눈썹에 가린 데다 나른하게 눈을 뜨고 있어 평소 동공에 빛이 잘 들지 않는다. 흥미로운 일을 찾았을 때는 누구라도 알아챌 만큼 눈을 반짝 빛내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잿물에 보라를 탄 듯 침침하고 오묘한 빛깔의 머리카락. 부드럽고 복슬복슬하지만 영양이 부족한 듯 약간 부석하다는 느낌을 준다. 곱슬기는 워낙 약해 앞머리처럼 짧은 것을 제외하고 긴 모발들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옆으로 휘어 귀를 거의 덮고 있다. 목덜미를 타고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지나면 검은 초커가 하나 걸려 있으며 초커 보석장식 안에는 혹시 모르는 상황을 위한 자살용 맹독이 들어 있다.

존재감이 흐린 편이다. 딱히 침침한 분위기를 내는 것도 아닌데 옆에 가만히 있다가 사라지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반 이상은 나오기 마련이다. 본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걸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듯하며 오히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 매우 귀찮아하는 케이스. 같은 이유로 꼭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파티 등은 거절한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과의 교류에 서툴다거나 수줍음을 탄다거나 하는 부류는 전혀 아니고 단순히 낯선 사람들의 관심을 꺼려하는 듯.

제 뜻대로 일이 흘러가는 것, 관객들 앞이 아니라 무대 뒤에서 사람을 조종하는 것을 즐긴다.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 자신에게 이득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시작할 의지가 없는 한편 이익이 걸려 있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속삭이는 듯한 말투에 무슨 말을 할 때건 입을 크게 열지 않는다. 팔을 뻗거나 다리를 꼬는 잔동작들 또한 느긋하고 나른한 편. 그렇게 편안해 보이지만 속에서의 감정의 추이는 굉장히 크다. 단순히 혼란스럽거나 평화로운 수준을 넘어서 즐겁고 슬프며 괴로운 모든 형태의 감정을 조울 수준으로 선명하게 느낀다. 그런 자신을 비정상적으로 여긴다기보단 특별한 점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정신적인 소비가 잦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쉽게 지치곤 한다. 이외로 인생에 있는 몇몇 특별한 변수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편.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뒤틀린 선망을 가지고 있다. 까마귀마냥 보석을 하나하나 모으고 있으며 실제 사람들 사이에 섞일 때의 직업도 보석세공사. 일정 급수 이상의 돌은 받지 않지만 한 번 맡으면 굉장히 깔끔하고 정교한 세공을 하기 때문에 꽤 인기가 있다. 유일하게 자기 손에서 놔 주는 게 있다면 그건 스스로 세공한 보석. 마음에 들었는데 제 것이 아니다 싶은 보석들은 모두 깨 버리는 놀라운 소유욕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이 세공한 것은 아들딸처럼 여기는 듯 특별취급을 하고 있다. 이것 또한 이기적인 한 면.
IO에 가입하게 된 일화도 이와 일부 관련되어 있다. 어느 보석을 다발로 깨부수는 만행을 저질렀는데 하필 그 보석이 IO 간부의 소유였던 바람에 당장에 그들에게 잡혀 들어가게 된 것. 자유가 아니라면 죽음이라는 모토를 걸고 있으나 손목 자를래 입회할래 하는 두 가지의 선택지 중에서는 답이 없었던 듯 바로 꼬리를 내렸다. 딱히 손목이 아까운 건 아니었으나 그 과정에서 아플 걸 생각하니 눈 앞이 아득해졌다는 얘기가 있다. 아무튼 그 보석들의 값을 치룰 때까지 일하겠다는 일종의 노예계약서에 지장을 찍어버렸다.

어린애같게도 아픈 건 절대 싫어하는 기질이 있으며 그래서인지 건강에 대한 자기관리에는 굉장히 착실하다. 조금이라도 몸살 기운이 있으면 일이 밀리던 말던 당장에 담요 둘러매고 나 죽네 모드에 들어가버리기 때문에 동료들도 난감해 때가 종종 있다. 실제로 크게 앓기 시작하면 낫기까지 시간이 꽤나 소요되는 데다 기력도 진탕 빨리는 듯.

내기와 게임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기 판이 클 수록, 걸려 있는 것이 중요할수록, 상황이 위험할수록 더더욱 반가워하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빠르게 머리를 굴려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망설임 없이 거절해버리곤 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상당히 운이 좋고 영특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특이한 도박적 요소가 하나 더 있다면, 비틀리고 묘한 예언을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편이고 그게 맞아떨어질 때가 많다. 직설적인 넘겨짚기가 아니라 세 바퀴는 돌려서 말한 듯한 오묘한 이야기들.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어도 나도 모르겠다는 뻔뻔한 대답이 나오기 일쑤이다. 이에 대해 동료들은 은둔가의 '행운'별이 아니라 저주하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능력은 어둠 계열, 검보라에서 검푸른빛을 띠는 연기를 조종한다. 기본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고 만질 수 없으나 15초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형태를 갖출 수 있다. 연기는 보통 구렁이처럼 아래서부터 기어올라 목을 죄어 질식시키거나 속박할 수 있으며, 강한 힘을 필요로 하지 않을 시 더 오래 형태 유지가 가능하다. 보통 상대를 한 방에 보내버리기보다는 속박 이후 직접 손을 쓰는 편. 이외에도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기절시키거나 자신 대신 연기를 보내 정찰을 할 수 있다. 정찰 시에는 연기가 보는 상황을 그대로 눈을 감은 채 전달받으며 물리적인 현상에 의해 연기가 흐트러지거나 자신이 직접 방해를 받으면 정찰할 수 없다. 상대적인 속성은 바람.
보통 능력을 개방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겨 혼자 있을 때는 연기가 마음대로 퍼지도록 내버려둔다. 덕분에 수면 상태에서는 항상 짙은 남보라색 연기가 안개처럼 그를 자욱하게 감싸고 있다. 일을 하다 지치면 연기로 종이접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