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Yeon

-비연-

시샘달 열엿새(2월 16일)

황금빛 눈에 싱그러움을 내뿜는 이 도련님은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면 언제라도 볼 수 있답니다. 몸 주변에서 타닥거리며 빛나는 금빛 불꽃은 아프진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실제론 그저 빛나는 불꽃일 뿐 전혀 아프지 않아요. 늘 축제에 나타나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들을 즐기며 노닐지요. 축제에 신이 나 웃음을 띠며 뛰노는 아이들을 가장 좋아하는 도련님은 스쳐지나가듯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안겨주기도 해요. 어디였었지, 그래, '산타'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 도련님이 안겨준 선물은 아이들이 진정 어른이 됐을 때 황금빛 불꽃으로 변해 흩어 사라진답니다.

축제를 더욱 빛나게 하고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도련님은 정말 '요정'같은 존재에요.
축제가 막바지에 달하면 도련님의 옷은 가장 찬란히 빛나는 황금빛이 되는데 이 때 추는 춤은 세상에서 제일로 아름답답니다. 도련님의 발자국은 연한 금테로 그 자국이 잠시 머물고 빠르면서도 우아하게 향하는 손끝에서는 마법같은 불꽃들이 일어나요. 춤은 점점 빨라지고 사람들이 전부 눈을 떼지 못하고 도련님을 보고 있을 때 도련님은 품 속의 황금빛 천을 꺼내어 휘날리며 수많은 불꽃들을 하늘로 쏘아올려요. 어린 아이들은 찬란히 부서지는 황금빛 불꽃들이 마을로 떨어지진 않을까 귀여운 걱정을 하기도 하고 도련님을 몇 번 본 아이들은 신이 나서 뛰어다니지요.

도련님은 화려한 듯 과하지 않게 장신구들을 끼고 다니는데 늘 바뀌는 그 장신구 가운데서도 오른쪽 손목의 얇은 금빛 팔찌와 양쪽 귀의 연둣빛 귀걸이는 변하지 않더라고요. 무언가 중요한걸까 궁금해 물어본 적도 있지만 저에게는 통 들려주질 않습니다. 땅 밟는 것이 가장 좋다며 맨발로 다니는데 따라해 봤더니 저는 그냥 간지럽고 따가운걸요.
아참, 도련님은 문신도 많이 해요.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나중에는 그냥 예뻐보였어요. 어디였지, 귀에서 이어지는 목쪽이랑 손목, 발목, 허릿가에 연갈빛의 문신이 있는 걸 보았는데 춤출 때 이게 빛나는게 정말 예뻐요-
도련님은 아이들이 만들어주는 화관이나 풀반지도 엄청 좋아하는데 저번에 동네 여자아이가 도련님이랑 결혼하겠다며 만들어준 풀반지는 이번 축제에서도 끼고 있는 걸 봤어요(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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