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ciel

Acaciel의 몸에는 때론,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이 비춰진다.
어느 세계의 편린일까,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인가?
아마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본인조차도.


Acaciel은 날개깃 사이에 모르게 끼워져있던 깃펜을 빼들더니 목도리에서는 하늘빛 잉크병을 꺼내들었다.

"그런 데에 넣어두는거야...?"

그 동작을 지켜보던 Gein의 입에서는 무심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Acaciel이 잉크병을 바라보니 마법처럼 잉크병의 뚜껑이 스르르 열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찰랑이는 잉크의 색은 그녀의 날개빛처럼 반짝이는 아쿠아빛이다.

펜촉에 잉크를 찍은 Acaciel은 허공에 유려한 선을 그려낸다. 잉크는 도화지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바닥에 떨어지지도, 흐르지도 않고 공중에 머무른다.

Gein은 Acaciel이 그려내는 마법과도 같은 그림을 지켜보며 매혹적이고도 고고한 웃음을 지어냈다. 그녀다운 웃음이었으며, 수많은 자식을 낳은 섬광의 신다운 자태이기도 했다. 아마 이 미소에 태양과 숲이 이끌렸을 터다. 각자의 영역에서 머무르고 있을 Flowind와 Galahad가 평소보다 부드러운 오늘의 미소를 봤다면 쏜살같이 날아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Gein은 즐거이 친우 Acaciel이 그려내는 그림을 지켜본다. Acaciel의 그림은 마법과도 같았으며, 자연과도 같았다. 그럼에도 환상과도 같으며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으니, 어찌 심심할 수가 있을까. 이를 지켜보는 것은 Gein의 낛 중 하나가 되었다. 모로 누운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 세상이 Acaciel의 그림과 어우러져 반짝인다.

Gein은 반개한 눈으로 부드러이 미소지으며 흡족하게 그 자연에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