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en

멘텐 X 미카엘리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멘텐 또한 그러하였다.  전쟁은 그의 가족, 그리고 아내마저 앗아갔다. 그에게 있어서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있었을까. 그는 가족들과 아내를 기리며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갔다. 매정한 세상은 그에게 어떠한 자비조차 베풀지 않았다. 그의 곁에서 마지막 숨을 토해내면서도 그에게 웃어보였던, 피로 젖은 지독하게 아름답고도 아프던 웃음을 그는 잊지 못했다. 그의 품 안에서 꺼져가던 여린 생명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신룡과 제국을 위해 애썼던 것이모두 헛된 것은 아니었다. 신룡은 그를 매우 가엽게 여겨, 세계가 그에게서 앗아갔던 그의 아내의 생명을 다시 불어넣어 주었다. 다시 새로운 숨결을 내쉰 미카엘리스는, 다시 멘텐을 마주했다. 그러나 신룡은 매정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이 있었기에, 그에게서 앗아가는 것은 또다시 생겼다. 그는 아내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지만, 아내를 다시 볼 순 없었다. 만일 그것뿐이었다면 그와 그녀는 다시 재회를 꿈꿀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돌아왔다.


"미카엘리스.. "


그는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두 눈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기에, 그 이름을 알아들을 리 없었다, 하지만 산 깊숙한 곳에 숨겨진 레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존재라고는 그녀 자신 뿐이었기에. 그녀는 자연히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몰랐을 테지. 과거 그가 피가 흐르는 그녀를 안고 울부짖던 것이, 지금 피눈물을 흘리는 그의얼굴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닦아주는 것이. 신룡은 그들을 알아봤던 걸까.


"당신은.. 나를 아나요?"


그는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대답 없는 대답을 그녀는 이해했다. 자신의 기억이 어째서 단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심연으로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만것인지. 그렇지만 자신을 보며 이토록 슬퍼하는, 피눈물을 흘리는 그를 보고서 그녀는 모를 수 없었다. 볼 수 없는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어 만지며, 그녀가 자신의 아내가 맞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을 보면.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돌아와서.. 다행이야... 정말...."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의 눈을 앗아간 신은 그에게 아내를 다시 마주할 수 있게 했기에.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죽음에서 그의 곁으로 돌아왔기에. 그는 무능한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녀를 지키지 못했는지. 어찌 그리도 무능한지. 그러도고 네가 한 나라의 기사라고 스스로를 칭할 수 있느냐고. 


그녀는 알아차렸다. 그녀를 어루던 손길은 어느새 그치고, 그는 흐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미안하다고, 내가 미안하다고. 너를 지키지 못했기에, 내가 무능하기에. 다시는 너를 잃지 않겠노라고 끊임없이 읊조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 밤을 지새도록, 그렇지만 너무나 덧없이.

by.Akan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