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er

by. @rian13

붉은 산호초 지대의 산호

항상 자신감에 찬 눈으로 천적이 오면 나에게 숨으면 돼! 하며 지나다니는 작은 물고기들과 놀고있으면 종종 바닥과 붙어있는 내 신세가 그리썩 나쁘지는 않은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아버지는 말했었지 인생을즐겨라~ 저멀리 고래아저씨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조금은 이해할수 있게 되었달까. 나는 항상 필이 충만한 붉은 산호였고 조개와 물고기들 사이에서 말미잘 아줌마와 같이 수다떠는것을 즐겼다. 그러다 보면 은근히 저 먼바다의 이야기를 들을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항상 그것이 궁금했다. 이번에는 무슨이야기지?
종종 놀러오시는 흰동가리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저멀리 더 큰 바다엔 깊고도 깊어 그 누구도 들어갈수 없는 구멍이 있다던지 작은 치어들이 위쪽 물없는 땅위에서 뛰어내려온다던지 신기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중 제일 웃겼던 이야긴 크고 둥그렇고 시꺼먼 이상한것이 내주위를 빙빙도는데 그걸 들고있는 생명은 말도 통하지 않을뿐더러 입가에 커다란 방울들을 내뿜으니 눈앞이 어질어질해 도망왔다는 것이였다.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요? 하고 웃고있으니 옆에서 이야길듣던 말미잘씨네 댁 가족들이 와하하 하고 웃고 옆에서 듣던 어린물고기는 거짓말! 이라면서 말한 그대로를 따라하며 물장구를 쳐댔다 입에서! 방울이나온대!! 하고는 꺄르륵 웃고 곱씹어도 웃긴지 아가미를 벌름대며 웃었었다.
믿거나 말거나 라고 하면서 제법 진지한 태도에 뭐 세상은 넓다고 그랬으니.. 하며 으쓱이자 그나마 지금까지의 반응중 그나마 제일 평범했다고했다.

이런저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보니 심심할 일은 없지만 말미잘씨도 가버리고 물고기들도 다 가버리는 어두운 밤이되면 항상 잠이안와 보이지 않는 검파랑색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용하니 꽤나 먼곳에서 들리는 소리도 들을수 있었다. 군무를 펼치는 물고기들..그걸 쫒는 배고픈 상어와 능글거리며 유유히 돌아다니는 거북이,고래까지 듣는다라는 개념보단 느낀다라는 개념으로 가만히 아침을 맞이하면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조용히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었는데 무언가 툭툭 튀었다. 벌써 아침이 되어 작은 생명들이 일어난건가? 하고 슬며시 감았던 눈을 떠보아도 보이는건 검고검은 바다. 느껴지는게 제법 가까이 왔다. 그렇지만 더이상 톡톡이 아니라 드드득거리며 바닥을 긁어대는 이질감이 물씬 풍겨져왔다. 어? 하고 둘러보자 이질감은 느낌의 문제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만은 확실히 보였다. 그물..! 아저씨는 그물이 보이면 필사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이렇게 바닥을 긁어대는 그물은 본적이,아니 들은적이 없었다. 애초에 산호는 재빨리 피할 지느러미도 세차게 나갈 꼬리도 없었기에 예정에도 없던 죽음을 맞이해야하만 했다. 이런..! 그순간, 밑이 들썩이며 어지러워 지기 시작했다. 단단한 것이 잘려나가는 고통도 잠시 바로 기절했던거 같다.

그리고 나는 상냥한 물보라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