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walker

[무대위에는 어린 거미가 오른다]
-그 어린 거미는 순식간에 무럭 무럭 자라더니, 젊은 거미가 된다.
그 젊은 거미의 늙은 거미는 떠났다. 젊은 거미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젊은 거미, 입을 연다.

"엄마."
"나에게 이 이별은 단 한번도 연습이 되지 못했어요."

그 아름다운 여덟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나는 이렇게 이 세상에 홀로 남았어요."

남겨진 아이 사실은 아이가 아닌 아들, 햄릿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때는 오디세우스의 영광스러운 승선자들이 화성을 떠난지 2년이 지난때 즈음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보낸 이들을은 승선자들과 연락이 끊긴 후 하루, 이틀 몇달이 지나자 몇몇 이들이 슬픔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슬픔을 조용하지만 깊이 호소한 이들 중에 하나가 거트루드의 가족이었는데 그는 거트루드 외의 친척도 없어 특별히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의사는 제안했다. 당신과 비슷한 슬픔을 가진 이들과의 교류는 어떻냐고. 마침 누군가 TASA에 연락하여 가족 친지 친구들간에 교류회를 제안했다.
비슷한 슬픔을 가진 이는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으니, 우리야 말로 서로와 가장 잘맞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말했다. 햄릿은 그 말이 합리적이고 옳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사교모임을 싫어함에도 교류회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것은 멍청한 생각이었다고 햄릿은 생각했다.
안 그래도 낯을 가리는 그로써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한 교류회는 조금 힘든 자리였다. 자기도 모르게 가족들을 생각하는 연설에 눈물을 흘리고 분위기에 휩쓸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이내 감정이 가라앉자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불안함과 가족들과 함께 온 이들을 바라보며 홀로 남겨진 슬픔이 몰려왔다.

그리고 TASA의 사람이 참석한 것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것인지에 대해는 뭔가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으면서 우리를 위로하는 듯한 얘기는 한다. 그렇지만 바라보는 시선의 질이...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모두 슬픔을 논하는 자리다 보니 손에 술잔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술의 분위기에 취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떠들썩하게 웃는 사람들 전부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사람이 적은 벽쪽으로 다가가 기댔다.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것 같았다. 손에 있는 반쯤 비워진 노란색 술이 기포를 터트리며 좋은 향을 내고 있었고 얼굴이 점점 뜨거워졌다. 그런 뜨거운 열기에 어지러움을 느낀 햄릿은 생각했다.

'돌아가고 싶어..'

돌아갈까 싶어진 햄릿의 생각은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의사의 권유는 분명 좋은 권유였겠지. 하지만 나는 여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여기에 어울리지 못하는게 내 잘못 같고 이 사람들은 대부분 나랑 다르게 가족이 있는 걸.'

생각의 꼬리가 날카로워졌고, 그 생각은 햄릿을 찌르기 시작했다. 술잔 안으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왜 우주로 떠난걸까. 내가 소중하지 않았던 걸까? 나는 평생 가족도 없이 계속 이렇게 외로워야 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한적한 곳에서 눈물을 흘리자니 사무치는 기분을 막을 수 가 없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어떻게든 닦아 보려고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지만 손으로 여덟개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막기란 쉽지 못했다. 그래서 햄릿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눈앞에 손수건이 보여질때까지.

"괜찮나요?"

조금 투박한 것 같아도 걱정이 깃든 목소리. 조금 낮은 목소리가 머리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퍼졌다.
햄릿은 퍼뜩 고개를 들었고 눈에 보인 것은.

"울고 계신 것 같길래."

키가 큰 절지류의, 얼굴에는 뿔이 달려있고 날카롭지만.

"아 고맙습니다.."
"뭘요. 혼자 계세요?"

왠지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몰간이라고 했다.








햄릿은 몰간과 벽에 기대에 한참을 이야기 했다. 저는 혼자 왔는데 누구와 오셨나요? 저는 가족들과 왔어요. 어머니가 과학자여서 떠났죠. 세상에 저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여기 모두 그런 사람들이지만 저도 어머니가 과학자라.. 떠나서 남겨졌거든요. 저런. 하는 얘기가 이어졌다. 어머니를 일에 심취한 과학자를 둔 심정이란 정말이지 똑같았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서로의 다른 점에 놀라워했다. 그 둘은 서로 두 살 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몰간씨는 다정하신 것 같아요. 대화하기가 편해요. 그래요? 제가요? 둘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슬슬 교류회가 끝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때 즈음엔 그 둘은 주말 약속을 잡았다.

햄릿은 몰간에게 인사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햄릿은 지독히도 외로웠다. 홀로 집에 들어가는 것도 이제 더이상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도 자신이 태어날 때 부터 곁에 있어준 어른이 없어진 것도.
그래도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다.










햄릿은 혼자서 우는걸 들킨 것이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