霄(하늘 소 / 닮을 초) - 인명용

하늘의 총애를 받는 도공(刀工). 그가 사는 곳은 춘하추동, 계절과 상관없이 때때로 눈과 비가 내립니다. 자신과 닮은 형제는 불운하게도 하늘의 미움을 사 절명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냐- 라고 묻겠지요. 예, 그도 미워했습니다. 절망에 빠져 통곡하며 저주만을 내뱉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하늘의 총애를 받는 자이기에 변하는 것은 없었고 하늘은 응답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속앓이 하며 살아가는 것은 승천(세계관 내 존재하는 개념입니다만 일반적으로 사망-이라고 하지요)한 형제에게 고개를 못 들 짓이라고 여겨 최대한 하늘과 같이 맑게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바꿉니다. 두 뜻을 가진 한자의 힘은 크기에 그는 이것이 제 울분도 씻어내주리라 믿었습니다. 정말 이름덕인지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는 점점 활기를 되찾아갔고 이내 도성에서도 소문이 퍼져 유명한 도공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에는 '진눈깨비', '밤'이란 뜻도 담겨 있습니다. 진눈깨비 쪽은 우선 미뤄두고 '밤'부터 얘기하자면 약간의 힘이 미쳐 밤에 작업이 잘 되는 듯 합니다. 늦은 밤, 새벽에도 그의 집은 밝답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은 '霙裟(영사)'입니다. '진눈깨비 영 / 가사 사'로 정말 소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죠.
사실 소가 유명한 도공이 된 데에는 물론 그가 칼을 잘 만든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계기는 '눈'입니다. 소가 사는 이 마을 '雰泓(분홍)'은 '눈 날릴 분 / 물 깊을 홍'으로 큰 연못을 품는 모양새의 마을로 눈과 비가 시시때때로 내립니다. 이제 여기서 소가 왜 하늘의 은총을 받는다는건지 밝혀지겠군요. 하늘의 은총이란 곧 눈의 은총입니다. 비의 은총도 있으나 그보단 눈 쪽이 화려하니까요. 눈을 만들어내지도 눈을 피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리는 눈 속에서 춤추는 것이지요.
'가사 사'는 근본된 뜻은 승려의 옷 '가사'이나 숨은 뜻에는 '춤추다' , '옷이 너울거리는 모양'이 있습니다. 그는 이 뚯이 극도로 빛을 발하는 이입니다.

그가 칼을 만들 때, 그 아름다운 물체를 빚어낼 때, 그 때의 장소는 마을의 바로 그 큰 호수입니다. 눈이 내릴 때가 되면 그가 입고 있는 푸른 두루마기에는 서리가 맺히고 눈은 얼음과 같이 빛납니다. 그럴 때면 그는 집을 나서고 호숫가로 향합니다. 그의 발이 수면과 맞닿으면 살얼음이 맺히고 이내 넓은 호숫가는 그의 시선이 닿는 곳까지 한순간에 얼지요.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곳까지 얼면 그제야 하늘에서 눈을 내립니다. 눈은 곧바로 진눈깨비가 되어 온 마을이 전부 흰 옷을 입습니다. 그는 그런 눈 중 때묻지 않은 것들을 잡아내어 자신의 손 곁으로 이끕니다. 이끌려 온 눈송이들은 어느덧 긴 형태를 만들어내고 이 때 그가 해야할 것은 소망을 불어넣는 것 뿐입니다. '죽지말아주세요-' , '이겨주세요-', '돌아와주세요-', '강해져주세요-' 등 갖가지 소망을 불어넣으면 그에 따라 형태가 변합니다. 날의 예리함도 강도도 어찌 다뤄야 가장 빛나는지도 달라지지요. 검의 형태가 결정되면 그것을 쥐고 아름답게 춤을 춥니다. 이것은 '冷舞(영무)'라 불리며 검을 완성시키는 단계입니다. 때때로 사뿐히 뛰어오르기도 검을 부채 펼치듯 털쳐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 雰刀(분도)'라 불리는 그의 검은 하늘에서 마을에 눈을 내려줄 때 단 한 개 만들어 진답니다. 그만큼 그의 검을 바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는 그럴 때마다 하늘에 맡깁니다. 자신의 검을 바라는 이의 사연을 정성껏 종이에 적어 맑은 하늘 아래 처마에 매달면 보름달 뜬 밤날, 달빛이 단 하나의 사연을 비춰준답니다. 남은 사연은 불 붙여 하늘에 재를 뿌리고 다음 보름달을 기다리며 다시 한 번 간택받을 수 있길 공평하게 빌어주며 적습니다.

누구보다 하늘을 원망해야 하면서 누구보다 하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 그런 그에게 내려진 은총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빛나게 한답니다-



+ 묘호 (YICAON) 님께서 써 주신 글입니다! 묘호님 감사하구 사랑해요 S2S2♥♥ 쪽쪽